자신과 같은 성(性)의 부모와 관계가 좋을수록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위험성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학생은 아버지와, 여학생은 어머니와 사이가 좋으면 게임 과몰입이 학교생활에 미치는 악영향이 줄어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2일 연세대 사회학과 염유식 교수팀은 전국의 남녀 중·고교생 5천220명의 설문 자료를 분석,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염 교수팀은 게임 과몰입 척도를 '게임 이용 시간'과 '게임 중독 수준' 두 가지로 설정하고 각각 1∼5점(5점이 최고 수준) 점수를 매겼다.
게임 이용 시간은 PC온라인·비디오·스마트폰 게임을 하루 평균 얼마나 하는지를 뜻하고, 게임 중독 수준은 게임 탓에 생활에 얼마나 지장을 받고 내성·금단 증세가 생기는지 등을 학생 자신이 평가한 것이다.
이어 게임 시간과 중독 수준이 다른 사회적 요인과 맞물려 청소년의 '학교생활 성실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했다. 학교 성실도는 청소년이 학교 출석과 숙제 등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를 뜻한다.
분석 결과는 남녀 성별에 따라 달랐다. 남학생은 게임 시간이 길어질수록 학교 성실도가 떨어졌는데 유독 아버지와의 관계 점수(사이가 좋은지를 나타내는 1∼5점 척도)가 좋으면 이 성실도 하락 추세가 덜해지는 현상이 확인됐다.
남학생이 아버지와 사이가 좋으면 게임을 하루 3∼4시간씩 해도 학교를 성실하게 다니는데 큰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부친이 게임 과잉 이용의 '방파제' 역할을 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남학생과 어머니의 관계 점수는 게임 시간 과잉의 여파를 줄이는데 별 효과가 없었다.
남학생은 게임 중독이 심해 학교 성실도가 하락할 때는 부친·모친 관계 아무것도 이 악영향을 누그러뜨려 주지 못했다.
반면 여학생은 어머니와의 사이가 중요했다. 여기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남학생과 달리 중독이 심할 때에도 영향력이 컸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여학생 역시 자신과 성별이 같은 모친과의 관계 점수가 높으면 게임 중독 수준이 높아도 학교 성실도가 크게 나빠지지 않았다. 여학생과 아버지의 관계는 아무리 좋아도 이런 '악영향 완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 여학생은 남학생과 달리 게임시간이 학교 성실도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단순히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학교를 소홀히 하게 되진 않는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여성이 남성보다 게임 시간이 짧고 쉽고 부담이 적은 '캐주얼' 게임을 즐기는 경향이 있는 데다, 게임을 사회적 소통의 도구로 활용하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김경미 박사(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남녀 학생별로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지는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다만 인성 형성 과정에서 남학생은 아버지와, 여학생은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점이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세나 기자 cream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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