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명품 시계 뇌물' 기소된 KT&G 전영길 전 노조위원장, 관계사 공영기업 대표 재직 중 확인

입력 : 2016-05-25 12:58:02 수정 : 2016-05-25 13: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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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가 최근 검찰의 수사와 재판 결과 '총체적 비리의 온상'으로 드러난 가운데,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 중인 전영길 전 노조위원장이 관계사 '공영기업' 대표로 현재 재임 중인 것이 본보 취재 결과 밝혀졌다.
 
전영길 전 노조위원장은 구속된 민영진 전 KT&G 사장으로부터 수천만원대 명품 시계를 챙겨 배임수재 혐의로 지난 18일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또 그를 공영기업 대표로 임용한 이도 민영진 전 사장이라고 알려진 상태다.
 
KT&G의 온갖 '검은 거래'를 대표하는 인물은 올해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민 전 사장이다. 그는 지난해 7월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민영진 씨는 KT&G 사장 시절인 2009년~2012년 협력업체와 회사 내부 관계자, 해외 바이어 등으로부터 1억 8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가 검찰 수사를 통해 25일 밝혀졌다.
 
특히 2009년에는 회사 본부장급 직원 5명과 러시아 출장을 가 중동 담배 유통상으로부터 4천500만원 가량의 명품시계 '파텍 필립' 한 개와 670여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 5개를 받아챙겼다.
 
그 중 파텍 필립 시계는 출장에 동행했던 전영길 전 위원장에게 건네졌다.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고 합의를 성사한 대가이자, 앞으로도 사측 의견을 들어달라는 민 전 사장의 부탁이 담긴 시계였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18일 전 전 위원장을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현재 전영길 전 위원장은 KT&G 관계사인 '공영기업' 대표로 재직 중이다. 공영기업은 1989년 담배인삼공사공제회 전액출자로 대전 대덕구에 설립됐다. 

이 회사는 담배 제조 관련 인력파견·화물운송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직원 1천293명에 지난해 매출 546억 2천454만원에 이른다. 최근 2년간 야간 담배 분류원 모집을 하기도 했다.
 
전 전 위원장은 2015년 3월 공영기업 대표이사로 임용됐다. 이는 2003년부터 12년 동안 노조위원장직을 4번이나 연임하고 그만 둔 2015년 2월 직후다.
 
전영길 대표의 선임에는 민영진 전 사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위원장 시절의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는 또 다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기도 하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건설회사 대표 소개로 부동산 경매를 받아 시세차익 4억 여원을 챙긴 혐의다. KT&G 발주공사 수주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경매 차익을 본 것이다.
 
이에 본보는 KT&G의 한 관계자로부터 25일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전영길 대표가, 민영진 전 사장으로부터 파텍 필립 시계를 받은 전 노조위원장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이어 "현재 불구속 기소 상태다. 며칠 지나지 않았다.  관련 재판이나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라서 전영길 대표의 거취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게 내부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KT&G는 현 백복인 사장 역시 검찰의 칼 끝에 걸려들었다. 백 사장은 아직 기소되지 않았지만 그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광고대행업체 A사 대표 권모씨가 최근 추가 기소되며 혐의가 대부분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자금 약 4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지난 3월 기소됐던 권씨는 2011년 2월∼2012년 초 외국계 광고대행사 J사가 KT&G 관련 광고를 따내거나 계약을 연장하게 도와달라며 6차례에 걸쳐 5천500만원을 백 사장에게 건넨 혐의로 18일 추가 기소됐다.
 
사진=KT&G 로고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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