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 펴낸 '게임사전' 출간 기념 제작발표회가 주인 없는 잔치로 치뤄졌다.
28일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 펴낸 게임사전 출간기념 제작발표회'는 '게임사전'의 출시를 언론에 공식 발표하고 이에 대한 의미를 나누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한 마디로 '게임사전'의 탄생을 축하하는 생일날이다.
이날 처음 공개된 게임사전은 '아이템', 'GG(Good Game)' 등 일상에 파고들고 있는 게임과 관련한 방대한 어휘와 개념을 정리한 국내 최초의 게임전문 사전이다.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사실 게임의 '문화'와 '용어'를 한 번에 정리한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확인된 적 없는데다가, 게임 콘텐츠의 질적 성장을 학문영역에서 확인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기획단계부터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아왔다.
재단 내부에서도 1년 반이 넘는 시간을 이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쏟아 부은 돈만 해도 1~2억원 가량이다. 이러한 기대감을 반증하듯 현장에는 게임사전 집필진을 비롯해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언론매체 관계자 등 100여명 가량이 참석했다.
그러나 정작 이날의 호스트인 윤송이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이사장(엔씨소프트 사장)은 얼굴을 비치는 대신 영상을 통해 인사를 갈음했다. 이달 중순 모 언론사가 주최한 시상식에서 재단이 만든 장애인 의사소통 지원앱이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했을 당시, 시상대에 직접 오르고 강연까지 진행했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게임사전 제작 자리에서 이사장의 얘길 직접 듣고자 기대한 이들에겐 실망의 빛이 나타났다.
평소 그가 내외부 행사에 자주 모습을 비치는 인물이었다면 행사 불참에 따른 빈 자리가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졌을 것이다. 보다 급히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겠거니하고 가볍게 스쳐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의 윤 이사장 부재는 아쉬움을 남긴다.
2012년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설립 이래 윤 이사장이 재단 이사장 직함을 달고 공식행보에 나선 것은 매우 드물었다. 이는 엔씨소트프의 최고 글로벌 전략 책임자(엔씨소프트 사장)로서도 마찬가지다. 여성 리더가 거의 없는 한국 사회에 그에 대한 큰 기대를 가진 많은 후배들에겐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윤 이사장의 영상 메시지의 내용은 매우 진취적이었기에 직접 현장에 나와 소통을 했더라면 게임사전의 의미가 더 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크게 남겼다.
물론 '천재소녀'로 불려온 윤 이사장이 상(賞)에 목을 메거나 그에 따라 움직일 인물은 아닐 것으로 안다. 다만 '게임사전' 편찬의 의의나 행사의 격(格)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또 바깥 행사보다 내부 잔치를 챙기는 것이 그에 거는 기대에 대한 정도(正道)의 소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류세나 기자 cream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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