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어떤 의미인지 단번에 와 닿지 않는 할리우드 영화 ‘매그니피센트7’은 국내 대중에게는 다소 낯선 서부극 장르다. 하지만, 이병헌의 출연은 이 낯선 서부극을 추석 기대작으로 바꿔놓았다. 특히 그는 자신의 능력을 영화 속에 십분 펼쳐놨고, 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 관람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다.
14일 개봉된 안톤 후쿠아 감독의 ‘매그니피센트7’은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서부 개척 시대로 옮긴 존 스터지스 감독의 ‘황야의 7인’(1960년)을 리메이크했다. 1879년, 탐욕과 착취가 성행했던 로즈 크릭 마을을 배경으로 무대를 옮겼다.
보그의 총에 남편을 잃은 엠마(헤일리 베넷)으로부터 복수 의뢰를 받은 현상금 사냥꾼 샘 치좀(덴젤 워싱턴)은 죠수아 패러데이(크리스 프랫), 굿나잇 로비쇼(에단 호크)와 빌리 락스(이병헌), 바스케즈(마누엘 가르시아 룰포), 잭 혼(빈센트 도노프리오), 레드 하베스트(마틴 센스메이어) 등 각기 다른 사연과 성향을 지닌 무법자들과 함께 마을로 향한다. 그래서 '7'이다.
서부극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백인 남성 대신 흑인, 동양인, 멕시코인, 인디언 등 다양한 인종이 대신한다. 리더 역시도 흑인으로 설정됐다. ‘황야의 7인’의 주인공 7인 모두 백인이다. 또 여성 캐릭터도 원작에 비해 폭넓게 활용한다. 엠마는 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 뿐만 아니라 능동적인 주체로서 마을을 이끄는 인물이다.
물론 영화를 감상하는 데 있어 이런 특징은 잠시 접어둬도 무방하다. 모래먼지 자욱한 마을 특유의 황량함과 전광석화처럼 총을 뽑아드는 카우보이 등 익숙한 서부극에 덧입혀진 현대적 감각의 액션은 화끈하다.
낯선 서부극보다는 경쾌한 액션 오락물로 이야기하는 게 더 적합해 보인다. 또 영화 후반부 마을을 지키려는 일행과 마을을 파괴하려는 보그 일당의 대격돌은 짜릿한 전율이 흐르는 전쟁터로 안내한다. 긴장감과 긴박함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무엇보다 관심은 이병헌의 활약. 할리우드 진출 후 처음으로 ‘정의’의 편에 섰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큰 의미는 굳이 동양인이 안 해도 될 역할에 캐스팅됐다는 점이다. 동양인에게 ‘주로’ 주어지는 한정적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과 매력을 부여받았다.
또 안톤 후쿠아 감독은 7명 모두에게 일종의 ‘쇼타임’을 부여하면서 매력을 보여줬는데, 이병헌은 어느 배우 못지않게 매력을 쏟아낸다. 에단 호크와 만들어가는 호흡도 인상적이다. 그에게 연기는 당연한 기본 사양이다. 한국 배우의 활약에 자부심을 느껴도 될 법하다.
사진=UPI코리아 제공
황성운 기자 jabo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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