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보드게임 규제완화 정책 시행 앞두고 사전모의 정황 포착
게임위 수수료 챙기고, 업체는 서비스중단 따른 매출감소 막아
게임물관리위원회(위원장 여명숙, 이하 게임위)가 고스톱, 포커류 등 웹보드 게임사들의 불법 영업행위를 눈감아주는 대신 수수료를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게임물관리위원회로 제출받은 2016년 게임물 등급분류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웹보드 게임사가 게임물에 대한 등급재분류 판정을 받게 되면 기존의 게임물을 그대로 서비스해야하는 규정을 어기고 있음에도 오히려 이를 조장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말 게임물 이용자의 한 달 결제 한도를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1회 배팅한도를 5만원으로 상향하는 등 웹보드게임 규제 완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에 앞서 게임사들은 결제한도가 한 달에 30만원으로 제한됐던 2013년 시행령 개정 당시 전례에 따라 '내용 수정 신고'로 처리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내용 수정 신고'는 등급분류를 이미 받은 게임물의 내용을 수정한 경우, 이를 24시간 이내에 게임위에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게관위는 내용 수정 신고 신청을 받게 되면 등급의 변경을 요할 정도의 수정이 있었는지를 판단해 7일 이내에 등급 재분류 비대상과 등급재분류 대상을 신청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유은혜 의원실이 확인한 결과 3월22일, 시행령이 개정되자 마자 한게임(NHN엔터테인먼트), 넷마블(넷마블게임즈), 피망(네오위즈게임즈) 등 3개 대형 웹보드게임사는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결제한도 상향 등의 업데이트를 일제히 실시했다.
이후 같은 달 23일~4월12일 사이에 게임위 측에 '내용 수정 신청'을 했으나 게임위는 모두 '등급재분류 결정'을 내렸다. 게임업체들은 4월18일~5월16일 사이에 등급분류 요청을 게관위에 다시 신청했고, 3~4일 후 기존과 동일 등급인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 판정을 받게 됐다.
문제는 3개 게임사들이 새로운 등급을 받기 전까지 계속해서 '결제한도 50만원'으로 업데이트 된 내용으로 서비스를 계속했다는 것이다.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21조에 따르면 등급 재분류 통보를 받은 게임은 새로운 게임물로 간주하도록 돼 있다. 즉, 등급을 받지 않은 게임물이 최소 3~6일간 서비스가 되고 있었다는 뜻이다.
게임사들이 이런 불법행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게관위와의 사전 모의 및 눈감아주기가 있었다는 게 유은혜 의원의 주장이다.
지난 3월31일 게임위에서 열린 '제11차 등급분류 회의록'을 보면 이 같은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게임위는 이 자리에서 "내용 수정 신고를 받고 시행령 각목 위반여부를 검토한 이후 만약 문제가 없다면 재분류 절차를 중간에 끼어서 재분류신청을 받게 하고, 등급분류 신청 이후 등급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또한 "업계쪽도 사실상 등급분류 신청비용 자체가 부담되는 것이 아니라 완화된 시행령을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업계 입장에서는 더 큰 니즈라서 그런 처리 방향으로 전체적으로 동의했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등급분류회의에서 일부 등급위원들이 "나중에 문제가 될 것 같다", "법적 근거가 약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도 확인된다.
이는 곧, 사실상 게임사들과 사전모의가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게임사 측에서는 등급분류 수수료 216만원을 내는 쪽이 며칠간 게임을 서비스하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윤이 많기 때문이다.
게임위 입장에서도 내용 수정 신고를 통해 바로 받아주는 것보다 등급분류를 받도록 하는 것이 수수료 수입 차원에서 좋다. 게임위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벌어들인 웹게임 등급재분류 수수료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합해 7천80만원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얻게 된 셈이다.
유은혜 의원은 "결제한도에 변경이 있을 때 내용수정신고만으로 처리했던 전례가 있음에도 등급재분류 결정을 한 것은 명백히 수수료 장사를 위한 것"이라며 "게임위가 재등급 분류로 인해 문제가 있을 것 같자 사전에 업체들과 모의해 불법 영업을 묵인해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업계 의견 청취가 아닌 '불법 모의'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면서 "반드시 진상을 밝히기 위한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류세나 기자 cream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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