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이 사라진 후 마주하게 된 진실. 최근 어수선한 사회와 영화계를 차분하게 보듬어줄 웰메이드 감성 드라마 '싱글라이더'가 관객들을 찾아온다.
'싱글라이더' 제작보고회가 16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 이주영 감독이 참석했다.
'싱글라이더'는 안정된 삶을 살아가고 있던 증권회사 지점장 강재훈(이병헌)이 부실채권 사건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향하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비밀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호주 시드니의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비춰지는 한 남자의 시선을 통해 진정한 행복과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곱씹어본다.
이병헌은 자신이 맡은 강재훈에 대해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는,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남자이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인"이라며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삶에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을 잃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작은 감성들과 소소한 일상들로 영화가 흘러간다"며 "배우로서 그런 미묘하고 작은 것들을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첫 상업영화 연출을 맡은 이주영 감독은 "처음에는 한번 공부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너무 쟁쟁한 배우들이 참여해주셔서 놀랐다"며 "처음에 이병헌 선배한테 시나리오를 보여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거짓말인 줄 알았다. 이후 이병헌 선배가 영화에 출연을 결정하고 난 다음에는 감사한 순간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극 중 재훈은 결혼을 한 40대 초반의 남성으로 나오는데, 그와 비슷한 여행을 한 경험이 있다. 다소 막연했던 출발이었는데 그 여행이 모티브가 됐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참고했다"고 연출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또 "호주에서의 이야기는 쉴틈 없이 연속된 촬영이었다"며 "촬영 말고는 다른 기억이 없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소재와 시각을 이용해 섬세한 감성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그는 이창동 감독과 8개월 가량의 개발 과정을 거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이 감독은 "대학원 프로젝트 일환 중, 장편 영화 연구 개발을 같이 하는 기회에 뽑혀서 이창동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같이 작업 하면서 영화에 대한 기준이 많이 바꼈다"며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고, 얼마전 영화 잘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해주시더라. 시사회때 꼭 초대해서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싱글라이더'는 화려한 연출보다는 잔잔한 흐름과 진정성 있는 스토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병헌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때의 충격은 예전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받았던 것과 버금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마음에 남아있고 아린 느낌이 있었다. 처음 읽는 순간 '내가 하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시나리오를 읽고 느낀 점을 전했다.
공효진 역시 "지난해 본 시나리오 중 가장 매료된 작품이 두개 있었는데 하나는 '미씽'이었고 하나는 '싱글라이더'였다"면서 "이 영화는 반전이 확실하다. 저도 보면서 놀랐다"고 했다.
또 "수진은 제가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와 비교했을때 매우 평범해서 마음에 들었고, 이 작품에 꼭 동참하고 싶었다"며 "영화를 보시면 제가 왜 이렇게 말하는지 알 수 있을 거다"고 덧붙였다.
안소희는 "시나리오를 막힘 없이 쭉 읽었다. 보면서 굉장히 신선했다. 선배들과 반드시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캐스팅이 되고 나서 너무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도 많이 됐다. 그래도 이병헌 선배가 연기적인 부분을 잘 알려주시고, 캐릭터 잡는데도 도움을 주셔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공효진 언니와는 장면에서 마주치는 경우가 많지는 않았는데도 제 연기를 직접 봐주고 코칭해주셨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내부자들', '마스터'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던 이병헌은 이번 작품에서는 날카로운 기운과 힘을 한껏 빼고 연기 변신에 나선다. 공효진 역시 '미씽'에 이어서 출연한 '싱글라이더'를 통해 로맨틱 코미디 이외의 장르에서도 충분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여기에 아이돌 출신에서 벗어나 배우라는 이름을 조금씩 입혀가고 있는 안소희가 가세했다.
이병헌은 "'싱글라이더' 출연 결정을 '마스터'보다 훨씬 이전에 했고 촬영도 먼저 시작했다.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선택을 했지만 '마스터'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면 관객들이 몰입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이 작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또 "재훈이라는 캐릭터의 매력보다는 시나리오의 매력에 반해서 '싱글라이더' 촬영을 결심한 면이 더 크다"고 시나리오를 칭찬했다.
공효진은 자신이 연기한 이수진에 대해 "그동안 독특한 캐릭터들을 선호했었는데 이번 역할은 그런 부분이 없어서 좋았다. 스타일링이나 메이크업에도 많은 변화를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혼과 출산 때문에 포기했던 꿈(바이올린)을 다시 시작하는, 어떻게 보면 거창한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고 했다.
안소희는 "개인적으로 기대가 많이 된다. 촬영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관객 여러분에게도 전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영화를 보는 시간보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훨씬 더 가슴 아프고 쓸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쉴틈없이 달려온 현대인들이 이 영화를 통해 한번쯤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영화의 전반적인 의미를 되짚었다. '싱글라이더'는 오는 2월 22일 개봉예정이다.
김상록 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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