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때 기차역에서 길을 잃었죠. 가족 이름이나 출생지조차 모른 채 그로부터 25년 뒤 마침내 인도의 고향 집을 찾았어요."
화제의 신간 '라이언'은 이처럼 실존 인물 사루 부리얼리가 직접 겪은 기적 같은 이야기를 글로 옮긴 '현대판 엄마찾아 삼만리'다.
실제로 길거리에서 음식과 돈을 구걸하던 다섯 살 사루는 버한퍼 기차역에서 길을 잃는다. 버한퍼에서 무려 1천680㎞ 떨어진, 기차로 29시간 걸리는 콜카타의 하우라역에 도착한다.
그 후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한 콜카타의 거리에서 수 주일을 버티며 살아 남는다. 가족을 찾지 못한 사루는 릴루아 소년원을 거쳐 나바 지반 고아원에서 호주 브리얼리 부부에게 입양된다. 훌륭한 양부모의 헌신과 사랑으로 그는 건강히 성장한다. 수년간에 걸친 구글 어스 검색 끝에 25년 만에 고향 가네쉬 탈라이를 찾게 되고 인도의 가족, 엄마와 형, 누이동생 가족들을 극적으로 상봉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는 사루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오랜 시간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라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정면돌파해 보라'는 부모님의 조언을 듣고 용기를 내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나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책의 주인공 사루는 어린 시절 호주로 입양돼 새 가족을 만나 행복했지만 항상 자신의 뿌리를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방 벽에 붙어 있는 인도 지도를 몇 시간씩 응시하곤 했다.
성인이 되어 구글어스로 수년 동안 인도의 위성 사진을 검색한 끝에 어느 날 그는 기적적으로 고향 가네쉬 탈라이를 찾았고 그리곤 인도로 날아가 친엄마와 가족을 만났다.무려 25년만에 말이다.
사루 이야기는 한마디로 기적이다. 불굴의 의지로 사랑하는 가족을 찾아가는 위대한 여정을 읽다보면 슬픔과 기쁨, 희망, 불굴의 의지, 만족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 책의 또다른 영웅은 사루를 입양한 부모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입양하는 용기는 인간의 가장 사심 없는 행동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하루 만에 이 책을 다 읽는 독자로 적지 않을 것이다.
다섯살 꼬마가 온갖 역경을 이겨내는 모습은 놀랍기만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사루의 인내가 결실을 맺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담아낸다.
이 책은 동명의 영화로도 빚어져 화제다.
영화는 형을 기다리다 기차에서 깜빡 잠들어버린 다섯살 사루의 모습으로 막을 올린다. 잠깐 잠을 자다가 집에서 무려 1천800여㎞ 떨어진 낯선 기차역까지 오게 돼 홀로 남겨진 사루는 보고 싶은 엄마와 형을 애타게 불러본다. 하지만 기억나는 것은 형 `구뚜'의 이름과 정확하지 않은 동네 이름뿐.
형과 엄마를 찾지 못하고 수개월 동안 이곳저곳을 떠돌며 힘겹게 살아가던 사루는 결국 인도를 떠나 호주에 살고 있는 새로운 가족의 곁으로 가게 된다.
그로부터 25년 후 성인이 된 사루는 대학원에서 우연히 인도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자신을 애타게 부르고 있을 엄마와 형에 대한 생각에 괴로워하던 그는 `구글어스'로 전세계 어디든 찾을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희망을 갖고 25년 만에 집으로 가는 길을 다시 찾기 시작한다.
`7천600㎞의 여정에서 살아남다'라는 영화의 카피가 말해주듯 '라이언'은 기차역에서 길을 잃고 호주로 가기 전까지의 사루의 모습과 그 고된 여정을 어떻게 헤쳐 나갔을지 궁금케 한다. 또한 `구글어스로 25년 전 기억을 찾다'는 카피와 함께 복잡한 심경을 담고 있는 듯 한 서른살 사루의 모습은 집을 찾아가는 그의 여정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박홍규 기자 4067park@
<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