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2026-01-22 14:06:10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코스피가 장중 5000을 넘어서자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22일 사상 최초로 5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증시가 훈풍을 맞았지만, 실물경제는 오히려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11시 4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91.63포인트(1.87%) 오른 5001.56을 기록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77.13포인트(1.57%) 오른 4987.06으로 출발해 상승폭을 키워 사상 처음 ‘오천피’(코스피 5000 포인트) 시대를 열었다. 한때 5019.54까지 오르기도 했다.
간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럽 8개국에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철회하자 뉴욕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이에 국내 증시도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물경제 지표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경제는 건설·설비투자 등 내수 부진 속에 힘겹게 1% 정도 성장했다. 작년 11월 한국은행 내놓은 전망치(1.0%)에 부합하지만, 전년(2.0%)의 절반에 불과하고 1.8% 안팎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2025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0.3%로 집계됐다. 4분기 성장률은 한은이 두 달 전 제시한 예상치(0.2%)보다 0.5%포인트나 낮고, 2022년 4분기(-0.4%) 이후 3년 만에 최저 기록이다.
한은은 3분기 높은 성장률에 따른 기저효과와 건설투자 침체 등을 4분기 성장률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예상치와 격차가 커 애초 한은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조한 4분기 실적 탓에 작년 연간 성장률도 1%에 그쳤다. 반올림하지 않은 지난해 성장률은 0.97%로, 엄밀히 따지면 0%대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민간 소비는 승용차 등 재화 부문 감소 속에도 의료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3분기보다 0.3% 늘었다. 정부 소비도 건강보험 급여비 위주로 0.6% 증가했다. 하지만 건설투자가 건물·토목 건설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3.9%나 감소했고, 설비투자 역시 자동차 등 운송장비 중심으로 1.8% 뒷걸음쳤다. 수출은 자동차·기계·장비 등이 줄어 2.1% 위축됐고, 수입도 천연가스·자동차 위주로 1.7%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등 수출이 호조인데도 4분기 수출 기여도가 마이너스(-)인 이유에 대해 한은은 “(GDP에는 수출이 물량 기준으로 반영되는데) 3분기까지 반도체 수출은 물량 주도로 증가했지만, 4분기 반도체 수출은 반도체 가격 상승이 주도했다”며 “자동차 수출도 미국 현지 생산 비중 확대와 중국과 경쟁 등에, 기계장비는 관세 등에 따른 미국 수요 부진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반도체 수출의 작년 성장률 기여도는 무려 0.9%포인트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