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 2026-02-08 17:07:09
부산국제영화제 정한석(왼쪽부터) 집행위원장과 박광수 이사장,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가 지난해 4월 29일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0주년 영화제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해 프로그래머 공백 상황에서 ‘서른 잔치’를 치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올해 제31회 영화제 개최를 앞두고 프로그래머 보강에 나섰다.
BIFF는 두 명의 프로그래머를 새로 뽑기로 하고 지난 4일 영화제 홈페이지에 공개 채용 공고문을 올렸다. 이번에 선임하는 프로그래머는 한국과 아시아 지역 담당 각 한 명씩이다. 이달 19일까지 지원서를 접수한 뒤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내달 9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근무 시작일은 3월 16일이다.
예정대로 채용이 진행되면 공석인 한국영화 프로그래머가 1년 만에 자리를 채우게 된다. 또 2명인 아시아 프로그래머가 3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BIFF에는 박가언 수석을 비롯해, 박선영·박성호(이상 아시아), 서승희(월드), 강소원(와이드앵글), 정미(커뮤니티비프) 등 6명의 프로그래머가 포진돼 있다.
한국영화 프로그래머 보강은 예견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제30회 영화제 개최 준비가 한창이던 3월 박도신 프로그래머와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가 거의 동시에 자리를 이탈하면서 프로그래머 보강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한국영화를 담당하던 정한석 프로그래머가 집행위원장으로 선임되면서 프로그래머 3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우게 돼 영화제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BIFF는 이에 대해 ‘조직 슬림화 계기’가 될 거라며 충원 없이 기존 인원의 협력을 통해 영화제를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계획처럼 쉽지 않았다. BIFF는 결국 영화제 개최를 불과 5개월 앞둔 지난해 4월 부랴부랴 비공개로 프로그래머를 채용하려다 규정 위반 논란이 일면서 중단하는 소동을 빚었다.
지난해 9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부산일보>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정한석 집행위원장. 정 집행위원장은 한국영화 프로그래머까지 겸해야 했던 30회 BIFF에 대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돌아봤다. 정대현 기자 jhyun@
이번 프로그래머 공개 채용은 우선 한국영화 담당 인력 보강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해 영화제에서 정한석 집행위원장이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를 겸직하다시피 했지만, 지속 가능한 모델은 될 수 없었다. 실제로 정 집행위원장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라는 말로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 집행위워장은 <부산일보>와 통화에서 “집행위원장 첫해인 데다가 한국영화까지 같이 맡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라며 “영화제가 끝날 때까지 놓치는 게 없는지 노심초사하며 일했다”고 돌아봤다.
아시아영화 프로그래머 보강은 ‘아시아 영화의 허브’라는 BIFF의 정체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BIFF 상영작 중 아시아 국가 감독의 작품이 절대적으로 많기도 하다. 지난해 초 아시아, 특히 일본영화에 전문성을 보였던 남동철 전 수석이 물러난 이후 프로그래머 보강이 없었던 점도 이번 신규 채용 대상에 아시아 프로그래머가 포함된 것으로 이어졌다.
한편, BIFF는 채용 공고문을 통해 새로 선임될 프로그래머 신분을 계약직이라고 밝히고 근무 기간을 12월 31일까지로 명시했다. 박가언 수석을 포함해 현재 BIFF 프로그래머 6명은 모두 상근직이다. 이런 배경에는 조직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안팎의 시선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광수 이사장 역시 BIFF의 상근 직원 수가 많다는 얘기를 수시로 해왔다.
BIFF 사무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산과 조직 구조 등 여러 여건상 상근직 수를 추가하기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며 “다른 영화제에서는 계약직이나 임기제 프로그래머 채용이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단 계약직으로 채용하지만, 성과나 능력에 따라 다음 단계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올해 제31회 BIFF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