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6-06-08 13:25:29
7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해변 특설 무대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무용제 공식 초청 공연에서 덴마크의 어퍼컷 댄스 시어터가 '벤치' 공연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한국을 포함한 13개국 44개 단체가 참가해 60여 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지난 6일과 7일 오후 이틀 동안 부산 해운대 해변 특설 무대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무용제 공식 초청 공연에서 대만의 메이미지 댄스가 '잿더미 속에서의 부활_프롤로그' 공연을 펼치고 있다.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지난 6일과 7일 이틀 동안 부산 해운대 해변 특설 무대에서 마련한 제22회 부산국제무용제 공식 초청 공연에서 인도네시아의 '사만가요 춤'을 선보이고 있다.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7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해변 특설 무대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무용제 공식 초청 공연에서 요찬강의 '학'을 선보이고 있다.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지난 6일과 7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해변 특설 무대에 열린 제22회 부산국제무용제 공식 초청 공연에서 와이즈발레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지난 6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해변 특설 무대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무용제 공식 초청 공연에서 한국 무용단 르씨 디씨의 '마브MOB' 공연을 펼치고 있다.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올해 부산국제무용제(BIDF, 운영위원장 신은주)는 외형의 확장만큼이나 질문의 깊이를 남겼다. ‘프린지’와 ‘AK21 안무가육성경연’을 하나의 축으로 묶어 페스티벌 구조를 넓힌 제22회 BIDF는 7일 해운대 해변 특설 무대 ‘공식 초청 공연’을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학교 방문 프로그램과 거제 순회공연이 남아 있지만, 부산에서의 주요 일정은 마무리됐다.
관객 수는 약 2만7000여 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수치로만 보면 안정적인 성장세지만, 더 주목할 변화는 관객을 대하는 방식에 있다. 해외 초청 단체(덴마크·몽골·인도네시아 등)를 학교로 보내고, 프랑스 발레와 아르헨티나 탱고를 워크숍으로 풀어낸 시도는 ‘공연을 소비하는 관객’에서 ‘과정을 경험하는 참여자’로의 전환을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프로그램 다변화를 넘어, 무용제가 지역 안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방향 제시로 읽힌다.
이러한 변화의 정점에는 개막 특별 초청 공연이 있었다. 기욤 코테의 ‘번 베이비, 번’(Burn Baby, Burn)과 샹탈 카롱의 ‘나무의 존재’는 서로 다른 결을 지니면서도 공통적으로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한다. 춤은 어디까지 덜어낼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이 끝내 남는가. 두 작품은 이 질문을 정면으로 밀어붙인다.
무대는 비어 있다. 장치는 최소화되고, 설명은 생략된다. 대신 남는 것은 몸과 움직임,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시간의 밀도다. 이때 관객은 이야기를 따라가기보다,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감각의 흐름 속으로 들어간다. 최근 공연에서 익숙해진 영상과 기술, 과잉된 연출이 사라진 자리에서 오히려 춤은 더 또렷해진다. 덜어냄이 곧 약화가 아니라, 집중의 다른 이름일 수 있음을 이 무대는 설득력 있게 증명한다. 특히 빛과 어둠, 그리고 샤막을 활용한 무대 연출이 돋보였다. 조명 디자이너는 무대 전후의 조도 차를 이용해 깊이감을 극대화했다.
지난 5일 부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공연된 개막 특별 초청 공연 기욤 코테 안무의 ‘번 베이비, 번’(Burn Baby, Burn).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지난 5일 부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공연된 개막 특별 초청공연 샹탈 카롱 안무의 ‘나무의 존재’.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캐나다 퀘벡 출신(기욤 코테)이거나 퀘벡을 기반으로 활동(샹탈 카롱)하는 대표적 무용 예술가 두 사람의 존재감은 이번에 확실히 부각됐다. 1981년생 기욤 코테는 세계 정상급 발레리노로 활동한 뒤 현대적 감각으로 무용단을 이끄는 에너제틱한 안무가다. 코테는 캐나다 국립발레단에서 26년간 수석 무용수와 부안무가로 활동한 뒤, 2021년 토론토 기반의 ‘코테 당스’를 공동 설립해 이끌고 있다. 동시에 퀘벡의 생소뵈르 예술제(Festival des Arts de Saint-Sauveur) 예술감독을 맡으며 퀘벡 지역과의 인연도 이어가고 있다. 반면 1957년생 샹탈 카롱은 퀘벡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에코-댄스(Eco-dance)와 댄스 필름의 지평을 넓혀온 거장이다.
서로 다른 세대에 속한 두 안무가는 각기 다른 깊이와 시선을 무대에 담아냈다. 기욤 코테가 폭발적인 에너지와 긴장으로 공간을 밀어붙인다면, 샹탈 카롱은 자연과 인간, 시간의 층위를 천천히 겹쳐 올린다. 그러나 이 차이는 대립이라기보다 확장에 가깝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게 만드는 힘은 바로 그 지점에서 비롯된다. 이해했다기보다, 어떤 감각이 몸에 남았다는 느낌. 그것은 동시에 춤이 여전히 유효한 예술 형식이라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다.
지난 6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해변 특설 무대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무용제 공식 초청 공연에서 각국 대표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한국을 포함한 13개국 44개 단체가 참가해 60여 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지난 6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해변 특설 무대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무용제 공식 초청 공연에서 각국 대표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지난 6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해변 특설 무대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무용제 공식 초청 공연에서 각국 대표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이 지점에서 BIDF의 의미는 다시 확장된다.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그것도 해변과 도시 공간을 배경으로 이러한 밀도의 작업이 소개되고 축적된다는 사실은 지역 분산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문화는 중심에서만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조건과 의지가 맞물릴 때 어디서든 새로운 거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캐나다 몬트리올과 퀘벡이 그러하듯, 부산 역시 축제를 통해 스스로의 위치를 다시 쓰고 있다.
올해 BIDF는 규모를 키운 동시에, 오히려 더 본질적인 질문으로 되돌아갔다. 무엇을 더 보여줄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 그리고 그 질문은, 무대를 넘어 지금의 공연예술 전반을 향해 조용히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