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 | 2019-01-22 18:51:33
“아빠! 이번에 당선되시면 제 생일 때 강아지 데려와 주세요!”
전재수(더불어민주당·북강서갑) 의원이 반려견을 키우게 된 것은 국회의원 선거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는 세 번의 낙방에도 다시 20대 총선에 나섰다. 선거 준비가 한창일 때 생일을 맞은 둘째 딸이 다음 생일날 강아지를 데려와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것도 ‘당선’이라는 조건을 걸고.
딸 생일 선물로 심사숙고 끝에 입양
의정활동으로 집 비우는 시간 많지만
막둥이 ‘별이’가 빈자리 잘 메워 줘
아내, 강아지 서적 잔뜩 사와 ‘열공’
우리 가족 책임감 느끼며 배우고 있어
구포개시장, 바꿔야 할 과거이자 현재
동물 진료비 과해… ‘수의사법’ 발의도
당시 몸도 마음도 분주하기 짝이 없었던 전 의원은 “그래, 데려오마”고 덜컥 약속하고 말았다.
이전에도 두 딸은 강아지를 무척 좋아해 산책 나온 다른 집 강아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했고,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오면 시무룩해져 ‘우리도 강아지를 키우자’고 떼를 쓰곤 했다.
“생명을 집에 들이는 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바깥에서 자유롭게 뛰어놀아야 할 동물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좁은 집 안에 가둔다는 게 무척 마음 아팠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마음을 10여 년 넘게 모른 체 해왔습니다.”
그런데 아이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실제로 발생했다. 네 번 도전 끝에 당선된 것이다. 그는 부인, 아이들과 함께 얘기를 나눴고 반려견을 키우는 것이 가족의 숙원임을 절감했다. 그는 “그동안도 선거 때문에 미안했는데, 의정 활동을 시작하면 내 빈자리가 더 커질 거 같아 반려견을 키우자는 약속을 지키게 됐다”면서 “단 ‘강아지’가 아니라 ‘우리 집 막내’를 데려오는 것이라는 전제를 달았다”고 말했다. 막내는 포메라니안 종으로 이름을 ‘별이’라고 지었다.
의정활동 때문에 대부분 시간을 서울에서 보내는 전 의원은 부산 집에 도착해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별이부터 찾는다. 한결같이 반겨주는 별이를 볼 때마다 고맙고 뭉클한 마음이 든단다.
“저의 빈자리를 별이가 든든히 메워주고 있어요. 때로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별이가 부럽기까지 합니다.”
별이를 키우는 3년 동안 전 의원 가족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전 의원 부인 최혜진 씨는 막둥이를 잘 키우겠다며 강아지 관련 서적을 잔뜩 사와서, 아이들 키울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한단다. 전 의원의 두 딸, 서영·채영이도 별이의 뒤치닥거리를 하고 산책을 알아서 챙기는 등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을 익히고 있다. 그는 “별이를 통해 가족이 계속해서 배우며 성장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복덩이 같은 존재이다”고 자랑했다.
전 의원은 최근 북구에 있는 개시장 정비에 힘을 쏟고 있다.
“제 지역구인 북구에는 구포개시장이 있습니다. 서민의 생활 터전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반려동물 1000만 시대를 맞은 시점에서 보면 반드시 바꿔야할 과거이자 현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주민과 상인들과도 시장 정비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전 의원은 오거돈 부산시장과 정명희 북구청장과 힘을 합쳐 구포개시장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해왔고, 지난해 10월 구포개시장 정비사업이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선정돼 2020년까지 199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결과를 얻어냈다.
특히 그는 최근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개인적 사회적 여건을 만드는 일에 노력하고 있다.
동물병원 진료비가 천차만별이고 사람 진료비보다 턱없이 비싸다고 그는 진단했다. 그러다보니 예뻐서 강아지를 키우다가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내다 버리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 이는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턱없이 비싼 의료비, 사회적 문제라는 것이 전 의원의 판단이다.
이 같은 의료비 부담 해결을 위해 단기적으로 진료비 공시제 시행, 장기적으로는 체계적인 보험제도 안착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지난해 12월에 ‘수의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동물병원이 보호자에게 징수하는 진료비에 대한 사전 고지, ‘동물보호법’에서 정한 반려동물의 진료에 따른 주요 항목별 진료비 게시를 의무화하자는 것이 골자다.
“반려동물이 내가 소중히 여기는 존재 중 ‘하나’일 수 있지만, 반려동물 입장에선 내가 단 하나의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법 개정을 통해 반려동물 보호자의 부담을 덜고, 궁극적으로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는 문화를 조성하고 싶습니다.”
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