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2026-06-08 18:42:24
민선 9기 PK 정치 지형에서 야권이 우위를 보이면서 야권과 협치가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선거운동 기간 시민들과 악수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시민을 위해 민생안심 특별본부를 꾸리고 100일간 특별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지난달 초 기자회견에서 밝힌 시정 구상이다.
취임 직후부터 민생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 당선인의 행보에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속도감 있는 민생 행보로 시민들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빠르게 형성해 대야 소통에서도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민선 9기도 부산의 정치 지형은 야권 우위가 확연하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성공적인 시정을 위해서는 협치는 불가피하다.
박형준 시장이 누렸던 정치적 배경과 달리 전 당선인은 취임 첫날부터 야당과의 관계 설정이라는 난제를 안고 출발하게 됐다.
이를 위해 마련한 전략이 민생 분야의 성과다. 선거 기간부터 해양수산부와 HMM 본사 이전과 더불어 청년 일자리 확대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선대위가 발표한 7대 공약 분야에서도 민생 경제는 청년·여성·노동, 보건·복지, 문화·생활체육 등을 제치고 최일선에 배치됐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사이즈가 작더라도, 빠르게 추진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게 당선인의 전략으로 분석된다.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를 단순한 정책의 우선 순위 이상으로 해석한다. 대규모 사업이나 장기 비전 위주로 ‘손에 잡히는 성과가 없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박형준 시장의 시정과 역으로 가는 길을 택한 셈이다.
21세기 정치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동의대 김도경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당선인이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은 시민 여론이라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부산 시민의 표심은 이념보다는 실용과 실리에 가까웠고, 이는 해수부와 HMM 이전 같은 기존 성과와 이후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며 “민생 성과로 주도권을 잡고 협치에 나서겠다는 전략은 상당히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민생과 복지 분야에서 빠른 성과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는 공약은 영세 화물차주 등 유류비 지원, 공공요금 부담 완화, 동백전 캐시백 확대, 공공일자리 확대 등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굵직하고 장기적인 현안은 당분간은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산과 경남 수장의 운명이 엇갈리며 기로에 선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대표적이다.
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와 함께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했던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의 부활을 약속했다. 그러나 김 후보가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부경대 차재권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행정통합은 당분간 소강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결국 전 당선인 입장에서는 거대 담론보다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먼저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차 교수는 “박재호 전 의원 이후로 대중 정치인으로서는 부산에서 저만한 스킨십을 갖춘 사람을 찾긴 쉽지 않다”라며 “교착 상태를 정면돌파하기보다 시민과의 접점을 늘리며 야권도 설득해 지지 기반을 넓혀가는 방식을 선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는 민생 카드에 매달리겠지만 장기적으로 전 당선인의 강점으로 꼽히는 소통 능력이 협치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2년 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부산 표심이 변화하는 가운데 전 당선인의 ‘개인기’가 어디까지 통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