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2026-09-02 18:20:42
부산 해운대구 반여2동상가시장에 ‘맥주 페스티벌’ 홍보물이 설치돼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김치 사러 오전부터 줄을 서요. 오후 2~3시만 되면 다 팔리고 없습니다.”
부산 해운대구 반여2동상가시장에는 요즘 전통시장에서 보기 드문 ‘웨이팅 맛집’이 여럿 있다.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킨 점포들이 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지난해 젊은 층과 가족 단위 방문객을 불러 모은 맥주 축제를 올해 다시 열며 ‘젊은 시장’에도 도전한다.
반여2동상가시장은 2010년 전통시장으로 인정받았지만, 이곳 상인들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오래됐다. 반여시장을 모태로 상권이 형성됐고, 주변 공장들이 떠나면서 안쪽 점포가 비자 바깥쪽을 중심으로 현재의 상권이 생겼다. 현재 75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시장의 강점은 오랜 단골을 확보한 ‘노포’다. 약 30년 동안 장사를 이어온 가게만 5~6곳에 달한다. 정육점과 두부집, 어묵집, 콩국집 등 오랜 시간 쌓은 손맛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는 가게들이 시장 곳곳에 자리한다. 일부 가게에는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손님이 몰린다.
대표적인 곳이 ‘맛김치’다. 약 40년간 이어온 가게로, 지금도 직접 김치를 담근다. 매일 장을 봐 그날 판매할 만큼만 만들고 맛이 달라지지 않도록 한정된 양만 내놓는 것이 원칙이다. 기본 김치는 600g에 5000원으로 가격도 최대한 올리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오전부터 김치를 사려는 손님이 줄을 서고, 이르면 오후 2~3시께 준비한 물량이 모두 팔린다. 전국 택배 주문은 물론 해외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 모친에게 가게 일을 배우고 있는 박종성 씨는 “많이 만들기보다는 어머니가 해오던 맛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삭어묵’도 시장의 단골을 끌어모으는 가게다. 생선살 함량을 92%까지 높이고 밀가루 사용을 줄인 어묵을 가게에서 직접 만든다. 떡과 소시지, 당면 등을 넣은 간식용 어묵부터 맥주 안주로 먹기 좋은 어묵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전국 택배 주문도 받고 있다.
20년째 반찬을 만들어 온 ‘장독대’도 동네 주민의 입맛을 붙잡고 있다. 가게를 운영 중인 이소영 씨는 매일 새벽 반여농산물시장을 찾아 재료를 구한다. 필요한 재료가 있으면 포항 죽도시장까지 직접 찾아갈 만큼 재료 선택을 중요하게 여긴다. 노년층이 많은 동네 특성상 손님들에게 음식 간을 직접 물으며 간을 조금씩 맞춘다. 이 씨는 “손님이 ‘조금 달다’고 하면 다음에는 설탕을 조금 빼는 식으로 동네 분들의 입맛에 맞췄다”며 “식구를 먹인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든다”고 말했다.
반여2동 일대에 고령층 비중이 높은 만큼 시장의 주 고객도 어르신들이다. 반여1동과 재송동에서도 손님들이 찾아 오지만, 젊은 고객의 발길은 상대적으로 적다. 고지대에 자리한 데다 일부 구간이 비탈길인 점도 외부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걸림돌이다. 상인들은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시도는 ‘맥주 축제’ 개최다. 반여2동 상가시장은 3일부터 오는 5일까지 인근 반여시장과 함께 제2회 ‘반여할인맥주 페스티벌’을 연다. 부산경제진흥원과 함께 추진하는 행사로, 시장 점포에서 1만 원 이상 구매하거나 음식을 먹은 고객에게 5000원 상당의 맥주 구매가 가능한 쿠폰을 제공한다.
과제는 축제 때 찾아온 젊은 손님을 ‘한 번 온 손님’으로 끝내지 않는 것이다. 반여2동상가시장 서동석 상인회장은 “지난해 행사 마지막 날에는 국제시장만큼 사람이 많다고 느낄 정도로 북적였다”며 “노년층 단골은 이미 많은 만큼 앞으로는 젊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