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거장의 국내 초역 소설

■유령들/세사르 아이라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2026-09-10 12:29:33

유령들/세사르 아이라 유령들/세사르 아이라

어느 해 12월 31일. 공사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7층짜리 신축 아파트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입주를 앞둔 소유주들이 공사 진척 상황을 확인하러 온 것이다. 한 세대가 한 층 전체를 사용하는 구조라 기껏 일곱 가족밖에 안 된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조경업자나 카펫 시공업자, 목수, 타일 기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을 동반했다. 꼭대기 층에는 이민자 출신 경비원 가족이 소유주보다 먼저 살림을 차리고 있다. 막바지 공사에 나선 인부들과 건설사의 건축가까지 더해져 아파트는 금세 북새통이 된다.

한 해가 끝나고 또 다른 한 해의 시작을 앞둔 날, 외형은 갖췄지만 속은 텅 빈 미완의 건물, 소유하고도 살림 하나 풀지 못하는 사람들…. 하나같이 경계에 있는 이들 앞에 유령들이 나타난다. 유령들은 벌거벗은 채 몰려다니며 소리를 지르거나 크게 웃어댄다. 유령이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단 한 사람, 경비원의 사춘기 딸 파트리를 제외하고. 파트리는 그날 밤 유령들의 송년 파티에 초대받는다.

경장편소설 <유령들>을 쓴 세사르 아이라는 보르헤스 사후의 아르헨티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불린다. 아르헨티나에선 보르헤스도 못 받은 노벨문학상을 받을 작가로 그를 첫손에 꼽는 분위기라고 한다. 2010년 페루의 바르가스 요사 이후 남미 국가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 책은 국내에 소개된 아이라의 두 번째 작품이다. 출판사는 다르지만 둘 다 올해 나왔다. 올해 노벨문학상 발표를 앞두고 출판사 편집자들의 ‘촉’이 작동한 결과인지 궁금하다. 세사르 아이라 지음/엄지영 옮김/문학동네/212쪽/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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