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원픽] 기다릴 줄 아는 힘

<삼국지> 인물 사마의

| 2026-10-04 18: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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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바이두 백과 중국 바이두 백과

젊었을 때 〈삼국지〉를 읽으면 눈에 먼저 들어오는 인물들이 있었다. 천하를 도모하는 조조, 의리를 지키는 관우, 신출귀몰한 제갈량이었다. 저마다 뚜렷한 기개와 재주로 자기 시대를 헤쳐 나가는 모습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세월이 흐를수록 내 눈길을 붙든 사람은 사마의였다. 내가 그에게서 본 것은 승자의 처세술이 아니었다. 기다릴 줄 아는 힘이었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순간에도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서둘러 자신을 증명하려 하지 않는 태도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내 삶 역시 늘 뜻한 때에 길이 열린 것은 아니었다. 마음은 앞서는데 몸은 따라주지 않는 날에도 배움을 놓을 수는 없었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도, 오늘 읽은 한 쪽이 내일의 나를 조금은 다르게 만들 것이라 믿었다.

정치의 길에서도 비슷한 시간을 보냈다. 정치에 나서보라는 권유를 받고도 내 뜻을 앞세우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길을 내어준 때가 있었다.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라고 조급한 마음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그 마음만 붙들고 있어서는 다음을 준비할 수 없었다. 해야 할 일을 하며 내게 부족한 것을 채워갔다.

지나고 보니 모두 준비의 시간이었다. 책을 읽으며 생각을 넓혔고, 사람을 만나며 내 생각만으로는 알 수 없던 사정을 배웠다. 한발 물러서 있기에 더 잘 보이는 것도 있었다.

살다 보면 애쓴 만큼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 때가 있다. 남의 걸음은 빠르고 내 걸음만 더딘 것 같기도 하다. 그럴수록 내 속도를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 남과 견주느라 마음을 소모하면 정작 오늘 해야 할 일을 놓치기 쉽다.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편이 낫다.

기다림은 멈춰 있는 시간이 아니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멈추지 않는 시간이다. 마음을 다스리고, 생각을 가다듬고, 맡은 일을 충실히 해내는 동안 사람은 조금씩 단단해진다. 오랜 기다림이 반드시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준비하며 보낸 시간은 내 안에 남는다.

그래서 지금 누군가 내게 ‘삼국지’에서 한 사람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사마의를 떠올린다. 그에게서 배운 것은 이기는 법이 아니었다. 때가 올 때까지 서두르지 않는 법,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나 자신을 준비시키는 법이었다. 김대식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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