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마이크로 사파리 집' 23일 재방송…사는 공간의 소중함&자연이 맺어준 놀라운 인과관계

디지털편성부15 multi@busan.com 2019-07-23 21:48:05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2019 뉴욕 TV & 필름 페스티벌'에서 은상을 수상한 KBS '마이크로 사파리 집'이 23일 재방송된다.


지난 10월 'KBS 스페셜'을 통해 방영된 다큐멘터리 '마이크로 사파리 집'은 곤충의 눈높이, 풀꽃의 시선에서 우리가 사는 공간의 소중함과 자연이 맺어준 치밀하고 놀라운 인과관계를 보여준다. 누가 노간주나무와 고욤나무 씨앗을 뿌렸을까, 산국의 꽃가루는 어떻게 큰멋쟁이나비에게 전달되는가, 밑들이벌과 청벌의 기상천외한 기생은 놀랍지 아니한가? 미생의 삶들이 어떻게 마이크로 코스모스를 이루며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 씨앗의 여행, 누가 씨앗을 퍼뜨리는가?


사계가 펼쳐지는 무대는 경기도 파주 다미네 집이다. 옹달샘 옆 노간주나무, 황여새 홍여새 무리가 목욕하고 씨앗을 배설해 이제는 9살이 됐다. 심지도 않은 고욤나무, 산수유, 담쟁이덩굴이 자라는 것도 새들과의 인연 때문이다. 뒤뜰 제비꽃과 깽깽이풀 열매가 터지면 개미가 씨앗 심부름꾼 노릇을 한다. 새와 곤충이 일구는 작은 숲은 어떤 모습일까?


■ '집 속의 집'을 보다, 놀라운 곤충의 기생 세계


고목을 쌓고 구멍을 뚫어 만든 곤충 호텔은 늘 공사중이다. 집 짓는 재료도 다양하다. 왕가위벌은 송진, 조롱박벌은 지푸라기, 감탕벌은 진흙, 가위벌은 잎사귀를 이용해 산란방을 만든다. 습도 유지, 천적 방어를 위한 어미의 선택이다. 산란이 있으면 기생이 뒤따른다. 소름끼치는 기생의 현장, 자연의 오묘한 진화와 생존의, 틈새를 엿본다.


■ '멋쟁이'라는 이름으로, 개모시풀의 힘!!


우연이겠지만 작고 볼품없는 개모시풀은 '멋쟁이'라는 이름을 가진 새와 나비를 키워낸다. 겨울 철새 멋쟁이새는 무리지어 날아와 개모시풀 열매를 먹으며 겨울을 버틴다. 멋쟁이새의 몸무게는 24g, 개모시풀은 멋쟁이새가 내려앉으면 휘청일 정도로 연약한 줄기를 가졌지만 작고 많은 열매로 멋쟁이새의 식량이 된다. 개모시풀의 억센 잎사귀는 성한 곳이 없다. 멋쟁이나비가 산란하고, 애벌레가 갉아먹고, 말아서 쉼터를 만들기 때문이다. 오솔길에 돋아난 작은 식물의 여름 잎과 겨울 열매를 통해 우리를 둘러싼 생태계의 촘촘한 연결망을 본다.


■ 담쟁이의 1년, 발아에서 낙엽까지


삶은 흔적을 남긴다. 직박구리는 담쟁이 과즙만 먹고 소화되지 않은 씨앗은 똥으로 배설하는데,봄이 되자 여기저기서 떡잎을 드러낸다. 담쟁이는 홀로 서지 못한다. 흡반을 움직여 벽에 붙고, 초록의 덮개가 돼 집을 감싼다. 담쟁이 꽃은 수술 5개, 암술 1개다. 작지만 어머어마한 개수로 꿀벌을 불러들인다. 무성해진 잎은 박각시 애벌레가 갉아먹고, 호리병벌과 사마귀는 그 벽에 알집을 남긴다. 낙엽 진 담쟁이 벽에는 지난 1년 어미가 남긴 삶의 의지들이 곳곳에 붙어있다.


■ 오래된 집의 기억, 큰호리병벌


오래된 집은 흙이 기억한다. 노란점나나비와 큰호리병벌의 건축술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그들은 배우지 않았지만 어떤 흙을 물어오고, 어떤 치수로 방을 만들어야 하는지 정확히 안다.부실 공사가 없고, 대를 잇는 본능에 충실한 집짓기다. 작고 변함없는 공법이지만 보온, 습도 유지, 먹이 저장, 천적 방어 등 어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흙집에 담겨있다. 살아가는 곳, 높고 낮음이 달라도 자연의 생멸과 질서가 '집'에 머무는 이유다.


디지털콘텐츠팀 multi@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