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 2024-01-15 17:21:42
‘스페셜 유니폼’ 효과일까? 프로농구(KBL) 부산 KCC 이지스가 새해 들어 다시 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부산의 상징물 광안대교를 새긴 ‘시티에디션’ 유니폼을 입고서부터다.
KCC는 이 유니폼을 입고 승률 100%를 기록 중이다. 지난 7일 고양 소노전부터 9일 울산 현대모비스, 11일 서울 SK까지 홈에서 하루 걸러 치른 징검다리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고, 3연승을 달렸다.
시티에디션은 지난해 전주에서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긴 KCC가 부산을 대표하는 프로구단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아 만든 유니폼이다. 상의와 하의에 광안대교·마린시티 등 부산의 랜드마크가 새겨졌다.
특히, KCC의 기존 고유 컬러인 네이비·블루를 버리고 그레이·골드 컬러를 활용해 차별화를 꾀해 언뜻 유니폼만 보면 KCC가 전혀 연상되지 않는다. 판매용이 아닌 선수들이 착용하는 유니폼엔 부산광역시 로고까지 넣어 부산을 더욱 부각시켰다. KCC 구단이 디자인에 직접 관여했고, 제작은 부산에 본사가 있는 업체가 맡아 의미를 더했다.
KCC 구단 관계자는 “판매 목적보다는 부산 연고팀이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한정 수량으로 제작했는데, 온라인 샵에서 일부 상품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며 “선수들도 부산의 상징물이 담긴 유니폼을 입고 뛰면서 자연스럽게 ‘우리가 부산을 대표하는 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스페셜 유니폼이 KCC 선수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분위기다. 지난 7일 소노전에서 처음 시티에디션 유니폼을 입고 3연패 사슬을 끊은 뒤 허웅은 “새로운 유니폼 입고 뛰는 것 자체가 새롭고 기분이 좋았다”며 “부산시를 대표해서 입고 뛰는 유니폼이니까 더욱 의미가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니폼 효과는 경기 기록으로도 나타난다. 지난달 3라운드 시작과 함께 7연승을 달리던 KCC는 이후 3연패로 경기력이 뚝 떨어졌다. 연승 기간 KCC는 평균 득점 90.7점(1위) 평균 실점 82.0점(4위)으로 득실 마진이 +8.7점에 달했지만, 이후 KT·SK 3연전에서 79.0점(8위)을 올리는 동안 86.0점(8위)을 내주며 득실 마진이 -7.0점으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스페셜 유니폼을 장착하고 치른 경기에선 다시 평균 득점 88.0점(2위), 평균 실점 78.3점(5위)로 득실 마진을 +9.7점까지 끌어올리며 앞서 7연승 때보다 더 좋은 지표를 보이고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잠시 시티에디션 유니폼을 벗어놓은 KCC는 오는 17일 오후 7시 원주 DB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4연승에 도전한다. 지난 14일 올스타전에서는 최준용이 역대 2호 트리플더블, 허웅이 34점, 이근휘가 3점슛 콘테스트 1위를 차지하는 등 연승의 기세가 식지 않은 분위기다. 이날 DB와 4번째 맞대결에서 KCC는 또 한 번 시티에디션 유니폼을 입는 반면, 최근 시티에디션 차림으로 2경기를 모두 이긴 DB는 기존 원정 유니폼으로 경기에 나선다.
한편, 올 시즌 KBL 10개 구단은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스페셜 유니폼을 도입하고 있다. 2023-2024시즌 전반기에만 10개 구단 중 8개 구단이 특별 유니폼을 제작했다. 이 중 안양 정관장, 대구 한국가스공사, 고양 소노, 창원 LG 등 4팀이 지난달 성탄절을 맞아 ‘크리스마스 에디션’을 선보였다.
울산 현대모비스는 올 시즌 가장 먼저 지난해 11월 울산시 시화인 장미의 색상과 고래 등을 활용한 스페셜 유니폼을 입었다. DB도 원주시와 함께 공모전을 열어 역대 3번째 시티에디션을 선보였고, 서울 SK는 친환경 소재 유니폼을 지난달 공개했다. KCC의 이번 시티에디션은 지난 시즌 ‘군산에디션’에 이어 구단 역사상 두 번째 스페셜 유니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