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확장한 AI… 부산서 12월 ‘AI 영화제’ 열린다

12월 6~8일 영화의전당 개최
세계 각 영화제도 앞다퉈 도입
저작권 등 해결할 숙제도 산적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2024-06-30 13:53:28

부산국제인공지능영화제 기자회견 모습. 탁경륜 기자 부산국제인공지능영화제 기자회견 모습. 탁경륜 기자

영화의전당이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생성형 AI(인공지능)가 만든 영화를 대상으로 한 국제영화제를 개최한다. 최근 국내·외에서 AI 영화제가 새롭게 생겨나면서 기존 영화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한다.

30일 재단법인 영화의전당에 따르면, 영화의 전당은 오는 12월 6~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제1회 부산국제인공지능영화제’를 연다. 행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초청작 상영, 경쟁작 상영, 콘퍼런스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인공지능영화제가 부산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국제인공지능영화제는 경쟁 영화제로 진행된다. 영화의전당은 △최우수 AI 창의 영화상 △AI 예술 혁신상 △AI 기술 진보상 △AI 사회 영향상 등 4개 부문으로 나누어 우수작품에 총 2만 2000달러의 상금을 지급한다. 출품 대상은 작품의 일부나 전체를 AI로 제작한 3~15분 사이의 영화다. 영화산업, 기술, 저작권, 영화미학, 교육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AI 영화산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콘퍼런스와 예비 창작자가 AI 영화를 제작해 볼 수 있도록 하는 ‘AI 영화제작 워크숍’도 열린다.

영화 '원 모어 펌킨' 스틸컷.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제공 영화 '원 모어 펌킨' 스틸컷.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제공

■국내외 영화제, 앞다퉈 ‘AI 기술’ 도입

최근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AI 영화제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분위기다.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는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가 열렸다. 이 영화제에는 전 세계에서 만들어진 작품 500여 편이 출품돼 인기를 끌었다. 중앙대 영화학과 출신 권한슬 감독이 만든 영화 ‘원 모어 펌킨’은 이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받으며 ‘K무비’의 저력을 보여줬다. ‘원 모어 펌킨’은 200살 넘게 장수하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3분짜리 공포영화로, 모든 장면과 음성이 생성형 AI로 제작됐다.

경상북도는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경북 구미시 금오산 잔디광장에서 ‘2024 경상북도 국제 AI·메타버스 영화제’를 개최했다. AI와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국제영화제가 국내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5000명 이상의 관객이 영화제를 찾았다. 다음 달 4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영화제 최초로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도입해 15개의 작품에 대해 작품상, 기술상, 관객상을 시상한다.


■“영화산업 대안” vs “저작권 침해 우려”

AI 영화 산업을 보는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뉜다. 고공행진 하는 영화 제작비를 획기적으로 낮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과, AI 학습 과정에서 기존 창작물의 권리가 침해된다는 우려다. 앞서 권한슬 감독은 “영화 제작 과정은 5일 정도 걸렸고 제작 비용도 전기료, 밥값 정도밖에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메라 위치, 조명 밝기 등 AI에 입력하는 명령어의 차이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게 나오는 점을 감안해 AI 영화를 하나의 장르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반면 생성형 AI가 학습한 기존 창작물들에 대한 보상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에 대해 정해지지 않은 만큼, AI 영화제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AI가 기존 영상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혐오·편향적 관점을 무분별하게 수용해 작품의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영화 업계 관계자는 “AI는 기존에 인간이 만든 결과물을 대량으로 학습해 새 콘텐츠를 내놓지만 어떤 콘텐츠를 학습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 제대로 된 보상이 어렵다”며 “창작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구축한 다음 AI 영화 산업을 진흥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AI 창작물 제도화 시동

문화체육관광부는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법적 보완점 검토에 들어갔다. 지난 2월 문체부는 학계·법조계·인공지능 사업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AI-저작권 제도 개선 협의체’를 구성했다. 지난 28일에는 협의체 회의를 열고 AI 데이터학습 보상, 산출물 표시제 등 저작권 이슈를 논의했다. 영화의전당은 영화제 출품 규정에 창작자가 저작권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면서 저작권 문제는 일단락된 상태다. 규정에 따르면 출품자는 출품작과 관련된 모든 저작권과 초상권을 취득해야 한다. 영화제가 끝난 후에도 상영작의 법적 문제가 있으면 수상이 취소될 수도 있다. 영화의전당 김진해 대표는 “저작권 침해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창작자의 의무사항을 출품규정에 엄격하게 명시했다”며 “저작권 문제를 다루는 콘퍼런스 등을 통해 기존 영화 제작자와 AI 영화산업이 잘 융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원 모어 펌킨' 스틸컷.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제공 영화 '원 모어 펌킨' 스틸컷.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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