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2024-08-02 21:57:19
인천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서 수많은 차량이 함께 불타고 단전·단수로 인해 아파트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되자 전기차 지하주차장 주차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차량 화재는 내연기관차에서도 발생하는 일이지만 전기차는 순식간에 불이 타오르고 화재 진압이 쉽지 않다. 특히 신축아파트들은 지상주차장을 안짓고 지하주차장만 마련하기 때문에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화재가 진압된 2일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는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를 중심으로 차량 40여대가 앙상한 뼈대만 남거나 차체 곳곳이 녹아내렸다.
주변에 있는 100여대의 차량도 새까만 분진으로 뒤덮였고 천장 구조물은 엿가락처럼 휘었다. 아파트 일부 세대에서 단수와 단전으로 인해 주민들이 피난하기도 했다.
주민 박모(42)씨는 초등학생과 유치원 자녀 3명을 데리고 캐리어와 가방에 옷가지를 챙겨 서둘러 집을 나섰다. 그는 “당분간 친척집에 머물기로 했다”고 말했다. 행정복지센터 등지에 마련된 임시 주거시설로 대피한 주민들도 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는 질식소화 덮개나 소화수조를 이용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지만, 지하주차장에 소방차 진입 자체가 어렵다 보니 신속한 진화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160건이다. 아파트를 비롯한 다중이용시설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018년 0건에서 지난해 10건으로 늘었다.
인터넷에서는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많은 네티즌들은 “전기차는 지하로 주차하지 말고 지상으로 주차하도록 조치가 필요하다”며 “소방차가 와서 바로 물을 뿌리거나 다른 장소로 신속하게 이동시킬 수 있게 할려면 지상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신축아파트들은 지상에 주차공간을 거의 만들어 두지 않았고 충전기를 설치할만한 전기시설 기반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충전기 자체에서 이상전압·전류 감지시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하는 최신형 충전기를 달거나 충전차량을 열화상 카메라로 모니터해 특정온도 이상 올라가면 긴급알림을 보내는 등의 대응책 외에는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하 공간 내 전기차 화재는 큰 피해를 야기하지만, 전기차 주차나 충전소 설치 기준이나 규제는 없다”라며 “화재 예방을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고 리튬배터리 화재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장비나 기술 개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