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왕’ 롯데 레이예스 “부산에서 오래오래 야구하고파”

144경기 개근 도장 찍고 맹활약
타율 2위에 2루타 1위·111타점
롯데, 외국인 타자 ‘잔혹사’ 극복

‘절친’ 마차도 권유로 KBO 선택
95만 달러 받아도 202안타 대박
“열정적 팬과 야구 같이 해 행복”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2024-10-02 16:02:21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가 지난 1일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202번째 안타를 치고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가 지난 1일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202번째 안타를 치고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가 지난 1일 단일 시즌 최다인 202번째 안타를 달성(busan.com 지난 1일 보도)하며 KBO리그 새 ‘안타왕’으로 등극했다. 올해부터 롯데 유니폼을 입은 레이예스는 정규리그 모든 경기에 개근하며 결국 최다 안타 기록까지 갈아치워 가을야구 탈락으로 상심에 빠진 롯데 팬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레이예스의 올해 시즌 기록은 그가 롯데의 최고 타자를 넘어서 다방면에서 KBO리그의 빼어난 타자임을 입증한다. 그는 올해 전 경기(144경기)에 출전해 632타석에 들어서며 타율 0.352를 기록했다. 10개 구단 중 SSG 랜더스의 에레디아(0.360)에 이어 타율 2위에 올랐다. 그의 안타 중에서도 2루타는 40개나 쳐 리그에서 1위다. 출루율 0.394, 장타율 0.510, 이 둘을 더한 OPS 0.904에다 111타점을 올려 안정적인 타격감으로 팀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레이예스는 초구 타율은 무려 0.415나 된다. 이는 그가 투수의 첫 번째 공을 보고 빠르게 결정해 적극적으로 공략하려는 성향을 보여준다. 게다가 상대 투수와 풀카운트 접전까지 갔을 때의 타율도 0.314를 유지하는 등 타석에 오래 머물더라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강한 타격을 했다. 이닝 초반부터 후반까지의 타율도 꾸준히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연장전 타율로 0.405를 기록하는 등 그가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강타자임을 보여준다.

지난 2년간 롯데는 외국인 타자들의 연이은 부진으로 애를 먹었다. 2022년 영입된 DJ 피터스는 시즌 85경기에서 타율 0.228(316타수 72안타), 13홈런, 48타점, 7도루, OPS 0.701을 기록한 뒤 팀에서 방출됐다. 피터스의 퇴출 후 영입된 잭 렉스는 2022 시즌 후반기 56경기에서 타율 0.330(218타수 72안타), 8홈런, 34타점, OPS 0.905의 성적을 남겨 2023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긴 했다. 하지만 부상과 부진이 겹쳐 55경기에서 타율 0.246(203타수 50안타), 4홈런, 30타점, OPS 0.683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팀을 떠났다. 렉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된 니코 구드럼은 더 실망스러웠다. 그는 50경기에서 타율 0.295(173타수 51안타), 홈런 없이 28타점, OPS 0.760을 기록하며 빠르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런 롯데에 레이예스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해낸 것이다.


빅터 레이예스가 시즌 202안타 기록 달성 보드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빅터 레이예스가 시즌 202안타 기록 달성 보드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1994년생으로 베네수엘라 출신인 레이예스는 196㎝, 체중 87㎏의 우수한 신체조건을 갖춘 우투 양타의 스위치 히터다. 그는 2018년 미국 메이저리그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첫 야구 경력을 시작했다. 2022년까지 5시즌 동안 39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4, 321안타, 16홈런, 107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무대에서도 간결한 스윙을 바탕으로 뛰어난 콘택트 능력과 강한 타구 생산이 돋보였다. 2023시즌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트리플A에서 20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장타력도 인정받았다. 또한 강한 어깨와 넓은 수비 범위로 외야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수비력 또한 뛰어났다.

레이예스가 KBO리그행, 그것도 롯데를 선택한 계기는 다소 특별하다. 공교롭게도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베네수엘라 출신의 유격수 딕슨 마차도가 레이예스에게 롯데에서 뛸 것을 강력하게 추천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절친’이다. 결국 레이예스의 한국행을 이끌었던 마차도의 권유가 KBO리그의 새 역사를 쓰는데 일조한 셈이다.

이제 팬들의 관심은 롯데와 레이예스의 내년 시즌 재계약 여부다. 롯데는 레이예스를 데려오는데 보장 금액 70만 달러에 인센티브 25만 달러 등 총액 95만 달러(약 12억 6000만 원)를 들였다. 신입 외국인 상한선이 100만 달러임을 고려한다면 이보다 5만 달러 적게 레이예스를 영입했으나 기대를 뛰어넘는 그의 활약에 “복덩이가 굴러왔다”는 찬사가 나온다. 롯데는 당연히 레이예스를 내년 시즌에도 눌러앉히려고 한다. 롯데의 팬들 또한 ‘레이예스 보유팀’ 타이틀을 잃지 않기를 원한다.

레이예스도 롯데와의 재계약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202안타 대기록을 달성한 NC 다이노스전 종료 직후 인터뷰에서 “오늘 기록을 위해 모든 팀원들이 한 타석이라도 더 만들어 주려고 하는 모습들이 기억나는데 너무나 감사하다”며 “또한 커리어 통산 이런 열정적인 응원은 정말 처음이다. 이런 팬들과 같이 야구를 할 수 있다는 부분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팬들과 함께 롯데에서 부산에서 오래오래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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