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5-01-12 16:46:41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정국 흐름이 계엄 직후와는 크게 달라지는 분위기다. 분노한 여론이 서울 여의도를 덮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계엄 10일 만에 국회를 통과하는 등 정국 주도권이 야권으로 확연히 기울었으나, 이후 윤 대통령이 ‘버티기’에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계엄 이전보다 더 높아지는 기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최근 논란이 된 수사와 탄핵소추의 절차 문제를 강하게 문제 삼는 동시에 ‘반 이재명’을 앞세운 대야 여론전을 공세적으로 펴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과는 다른 여론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이번 주 시작되는 국회 ‘내란 국정조사’와 ‘내란 특검’ 추진을 통해 윤 대통령 파면 여론을 다시 한번 결집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 직후 ‘한동훈 지도부’를 와해시킨 대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을 필두로 당 주도권을 확보한 주류 친윤(친윤석열)계는 내부 단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동시에 당력을 대야 공세에 집중했다. 특히 새해 들어 윤 대통령 체포 불발로 도마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정당성, ‘내란죄’를 소추사유에서 삭제한 탄핵심판 과정의 논란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면서 보수 결집을 시도했다.
여기에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크게 상승하자 국민의힘은 이를 발판으로 대응 전략을 재정비하는 기류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정국 안정을 바라는 민심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표의 ‘재판 리스크’를 의식한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탄핵·입법 독주를 이어가면서 여론이 뒤집어졌다는 게 국민의힘의 판단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설 명절을 앞두고 이 대표 때리기에 화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각종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대표가 정권을 잡으며 나라가 어떻게 될지 아직 제대로 된 논의가 없다”면서 “이제부터 그 부분을 파고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민주당 일부 인사들의 원색적인 발언, 민주당의 ‘카톡 검열’ 논란 등 보수 지지층 정서를 건드리는 행태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계엄이라는 ‘원죄’를 무시하는 듯한 당의 강공책은 결국 중도층의 ‘손절’을 부르면서 조기 대선 승리 가능성을 줄일 뿐이라는 당내 우려 또한 여전하다.
민주당의 경우, 예상 밖의 여론 흐름을 주목하면서 윤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을 목표로 전열을 다시 가다듬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일단 여권의 지지층 상승세에 대해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에 버티면서 강성 지지층이 결집했고, 보수층이 과표집된 일부 여론조사가 이후 여론조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조사상의 문제가 적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과는 달리 여권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국정조사와 특검 추진으로 전방위적 여론전에 나설 방침이다. 국조·특검 진행 과정에서 계엄 당시의 실태가 드러나면 윤 대통령 파면 당위성이 환기돼 여론의 흐름도 다시 바뀔 수 있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회 차원의 내란 국조특위는 이번 주 본격 가동한다. 14일에는 국방부와 군을 대상으로, 15일에는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을 대상으로 업무 보고가 이뤄진다. 민주당은 내란 특검법 역시 여권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한 ‘제3자 추천’ 방식으로 재발의, 이르면 14일 처리를 목표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재집행이나, 14일부터 매주 두차례 열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도 탄핵 정국의 여론 흐름을 바꿀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당 관계자는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둘러싼 팩트들이 변론 과정에서 하나하나 국민들에게 알려지면 압도적 파면 여론에 직면할 것”이라며 내란의 실상을 차근차근 알리는 게 당면한 과제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민감한 시기인 만큼 여론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언행 주의’ 등 내부 단속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최근 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의 “윤석열은 내란죄로 사형 선고받을 것”, 이성윤 의원의 “총을 맞더라도 체포하라” 등의 발언은 중도층에서도 반감을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