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첫 중계에 미국 반응보니…'빠던'에 환호하고 팬 선언 줄지어

MLB '금기' 방망이 던지기에 흥분
"수면제·2류야구" 비판도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2020-05-06 13:50:01

2020 프로야구 개막일인 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 초 삼성 선발투수 백정현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 프로야구 개막일인 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 초 삼성 선발투수 백정현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우, 첫 번째 배트플립(타격 후 방망이 던지기)이 나왔습니다."

ESPN을 통해 사상 최초로 미국에 중계된 KBO리그가 현지 야구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5일(한국시간) ESPN이 첫 중계방송한 삼성 라이온스와 NC다이노스의 경기에서 '배트플립'이 등장하자 해설진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NC 다이노스 모창민은 전날 삼성 라이온즈와의 개막전에서 왼쪽 펜스를 훌쩍 넘기는 홈런을 치면서 '방망이 던지기'를 선보였다.

각자의 집에서 이 경기를 중계하던 ESPN 해설진은 일제히 "오우" "배트플립이다" "첫 번째 배트플립이 나왔다"고 놀라워했다. 방망이 던지기를 뜻하는 '배트플립'은 MLB에서는 심각한 '비매너'로 통하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미국 야구팬들 역시 '금기'를 원없이 감상해 짜릿하다는 반응이다. 현지 인기 커뮤니티와 SNS에는 모창민의 방망이 던지기를 두고 "환상적이다" "놀랍다" "계속 돌려보는 중"과 같은 글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과거 한 타자가 뜬 공을 치고 방망이를 던진 것을 언급하며 "다시는 MLB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 캡처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인근에서 난 화재로 검은 불길이 치솟자 경기가 중단된 점도 관심을 끌었다. 누리꾼들은 "말 그대로 불이 붙었다"며 "KBO IS WILD(KBO는 거칠다)"라고 주목했다.

이미 특정 팀의 서포터를 자처하는 팬들도 쏟아졌다. 두산 베어스가 공식 트위터를 통해 엘지 트윈스에 2:8로 패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질 만 했다"며 놀리는 '미국 엘지팬'들의 답글이 이어졌다.

인기 커뮤니티에서 한 삼성 팬은 "이렇게 하라고 매달 20달러씩 내고 너희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줄 아느냐"며 분노하기도 했다.

특히 지역 연고 메이저리그 팀이 없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NC 다이노스 팬을 선언하는 이들이 줄을 지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약자인 NC가 구단 이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주는 공룡 화석이 많이 발굴되는 지역으로 유명한데, 마침 구단의 이름도 공룡의 영단어 'Dinosaur'에서 유래한 '다이노스'다.

노스캐롤라이나 마이너리그 팀인 '더럼 불스'의 공식 트위터 계정은 "이제부터 여기는 NC 다이노스 팬 계정이다"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연고지로 하는 마이너리그팀 '더럼 불스' 공식 트위터 캡처.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연고지로 하는 마이너리그팀 '더럼 불스' 공식 트위터 캡처. "이제부터 여기는 NC다이노스 팬 계정"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아쉬운 점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의 딜런 에르난데스 기자는 6일(한국시간) 칼럼을 통해 "동부시간으로 새벽 1시에 중계되는 KBO 리그는 가장 심각한 불면증도 고쳐줄 것"이라며 "비습관성 수면 유도제"라고 규정했다.

시차 탓에 KBO 리그가 심야시간대에 방송하는 데다 미국 야구팬들은 거의 알지 못하는 선수들의 야구 경기를 집중해서 보기는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에르난데스 기자는 "격투기는 친숙하지 않은 선수라고 해도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지만, 야구는 그렇지 않다"며 "여러 세대를 걸쳐 축적된 생각과 느낌을 배제한 채 응원하는 팀이나 스토리 없이 느리게 전개되는 경기를 지켜보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담당 기자인 에르난데스 기자는 "ESPN이 새벽 시간대에 틈새시장을 노리고 KBO 리그에 대한 중계라는 도박에 나설 정도로 스포츠 팬들은 라이브 경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며 새로운 내용이 거의 없는 마이클 조던의 다큐멘터리가 큰 인기를 끌 정도로 스포츠에 대한 갈증이 큰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스포츠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은 많지만 '사인 스캔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과연 시즌을 재개할 수 있을까"라며 "메이저리그 개막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또 "미국 스포츠가 정상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미국인들은 이미 잘 알려진 농구 스타의 이야기와 2류 야구가 자장가 역할을 해주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 외신 기자가 프로야구 개막전을 취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 외신 기자가 프로야구 개막전을 취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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