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5-03-10 14:44:28
“내년은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는 해로 양국 외교 채널을 가동해 부산-칸 두 도시 간, 특히 무용 교류가 활성화되길 바랍니다. 두 도시 간 무용 파트너십에 대한 로고도 만들었습니다.”
프랑스 칸시에서 8년 7개월째 문화국장을 맡고 있는 모드 부아삭(44)은 “해외 도시 간 무용 협력은 칸으로서도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면서 ‘부산국제안무가캠프 부산-칸 공동 협력 프로젝트’에 대한 깊은 관심과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제는 무용입니다. 영화는 이미 한국과 협력 사례가 많습니다. 부산도 2023년 영화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지난해는 홍티아트센터에 프랑스 창작공간인 ‘빌라 부산’을 개설해 2명의 영화감독이 입주 작가로 활동했습니다.”
칸은 매년 5월 열리는 칸 국제영화제로 유명한 도시이다. 2023년 기준 약 7만 5000명이 거주하는 칸은 130개 호텔에 8000개의 객실이 있으며, 연간 300만 명이 방문할 만큼 관광·컨벤션이 활성화돼 있다. 칸 영화제 이익만 하더라도 2019년에만 2억 유로로 추산됐다.
하지만 칸은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심하다는 특징도 있다. 프랑스 국가 평균 14%가 빈곤선 이하에서 살고 있지만, 칸은 20%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칸이 내세우는 또 다른 특징은 문화 우선순위이다. 이 도시 예산 가운데 문화 예산이 전체의 16%를 차지해 3000만 유로를 넘어섰다. 칸시 문화국 전체 직원 400여 명 중 상근이 200여 명에 달한다.
“문화예술교육을 체계적으로 시도한 것도 프랑스에선 칸이 처음입니다. 다비드 리스나르 현 시장이 문화예술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2017년부터 유치원부터 예술교육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일반 고교에도 프로 안무가를 투입해서 교육을 실시하는가 하면, 프랑스 내 다른 도시와도 적극적인 문화 교류를 시행 중입니다.”
무용 축제 이야기로 이야기를 좁혔다. 부아삭 국장에 따르면 칸 댄스 페스티벌은 1985년 시작됐다. 칸뿐 아니라 동부 프랑스 지중해 해안(프렌치 리비에라), 즉 코트다쥐르 지역 9개 극장과 연계해 격년제로 치렀다. 니스, 그라스 등 이 일대 모든 도시와 연계돼 있다. 댄스 페스티벌을 활성화하기 위해 2023년엔 프랑스 사이요 극장장을 역임한 디디에 데샹 안무가를 예술감독으로 모셔 왔다. 데샹은 부임하자마자 단편 무용영화 컴피티션인 ‘무브 인’을 창설했고, 24개 해외 단체와 협력했다. 올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앞으로는 댄스 페스티벌을 매년 개최하려고 합니다. 칸 페스티벌 중 가장 비중 있는 게 영화제이고, 그다음이 30년을 맞이한 국제 게임 페스티벌입니다. 무용 축제는 아마 세 번째 정도 될 건데, 앞으로는 무용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몽펠리에 당스’(몽펠리에 댄스 페스티벌)처럼 칸도 레지던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몽펠리에 당스’와 가장 큰 차이점은 칸은 교육과 연계하는 것입니다. 1년 내내 교육적인 측면에서 학교와 컬래버레이션합니다. 미래의 댄서 애호가와 전문가를 키워내는 게 강점이 될 겁니다.”
칸 로젤라 하이타워 무용 고등교육학교(발레학교)에 대해서도 강한 자부심을 내보였다. 부아삭 국장은 칸 로젤라 하이타워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파올라 칸탈루포(67)를 만나는 자리에도 동행했다. 이 학교에는 20여 개국, 800여 명이 재학 중이다.
“칸에 국립무용학교가 있다는 건 정말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쿠비도 이 학교 출신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훌륭한 안무가를 길러내고 있습니다. 기둥 같은 역할이죠. 이런 학교가 있다는 게 도시의 문화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고, 전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곳(장소)이 되는 것입니다. 이 학교 주니어발레단은 주한프랑스대사관과 협력해 부산국제무용제 참가를 추진 중입니다.”
한편 데샹 예술감독은 파리에 체류 중이어서 칸 시청 문화국에서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오는 9월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 초청으로 한국(서울)을 방문할 계획인데 시간이 맞으면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도 가 보고 싶다”고 전했다. 데샹은 특히 쿠비의 신작 ‘노 매터’에 대해서 “칸과 부산 교류의 모멘텀이 되는 공연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한 뒤 “부산국제무용제와도 교류 협력이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칸(프랑스)=김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