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5-03-11 15:04:40
“제 캐릭터가 소녀시대 유리의 이미지를 헤친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더 파격적인 역할도 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영화 ‘침범’으로 관객을 찾는 권유리는 이렇게 말했다. 12일 개봉한 이 작품에서 과거의 기억을 잃은 임신부로 변신해 지금껏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펼쳐낸다. 밝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오간 데 없고, 그 자리에 푸석하고 거친 얼굴을 채웠다. 권유리는 “언젠가 한 번은 이렇게 이미지를 깨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다”며 “흡연과 임신부 연기가 파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유리는 이 영화의 핵심 캐릭터다. 작품은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어린 소현과 그의 엄마 영은을 비추며 시작된다. 그로부터 20년 후 권유리가 연기한 ‘김민’과 이설이 맡은 ‘해영’이 등장해 이들 중 누가 성인이 된 소현인지 추리하게 한다. 고독사 현장 청소를 끝내고 간 산부인과에서 임신 사실을 알고 나오면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무는 민의 모습은 삶에 애착을 느끼지 못하는 그를 한 장면으로 보여준다. 권유리는 “(임산부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에) 많은 분이 놀랄 수 있는데 캐릭터상 민이는 충분히 흡연할 수 있다고 봤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캐릭터상 그 행동이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져서 별생각은 없었어요. 다만 저는 비흡연자라 금연초로 연기했죠. 촬영 전까지 많이 연습했어요.”
심리 스릴러인 이 작품에선 여성 인물이 여럿 등장해 극을 이끈다. 권유리는 “작품이 정말 시의적절하게 찾아온 것 같다”며 “너무 신선한 시나리오인데, 동시에 몇 없는 등장인물이 전부 여자인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감독님과 첫 만남 때 ‘이 작품에서 어떤 역할로든 쓰이고 싶다’고 강력히 어필했다”며 “극 중 이야기하는 ‘모성애’가 과연 보편적인 것일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기질에 대해서도 고민해 봤다. 여자로서 흥미로웠던 주제들”이라고 돌아봤다. “이런 작품도 나한테 오는구나 싶어서 기뻤어요.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라 믿으면서 살았거든요. 덕분에 이런 기회가 온 것 같아요.”
걸그룹 소녀시대로 무대를 들썩였던 유리는 어느덧 배우 권유리로도 10년 동안 대중을 만났다. 그는 이젠 조급함을 내려놓고 마음 다스리는 법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일과 삶의 사이에선 무게의 추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단다. 그가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생활하는 것도 ‘삶의 균형 잡기’를 위한 결정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균형을 지키면서 살면 행복이 생기더라고요. 제주도에서 바다도 보고 요가와 승마, 스쿠버다이빙, 라이딩 등을 하면서 쉬고 있어요. 그리곤 서울에 와서 일하면 능률이 올라가더라고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서 ‘나만의 색’을 지닌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