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갑자기 물 많이 마시고 밤중 화장실 자주 간다면?

인슐린 무조건 맞는 제1형 많아
비만 늘면서 제2형도 증가 추세

과도한 보호·배려는 되레 부담
학교·사회의 따뜻한 지지 필요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2025-05-13 07:00:00

당뇨병은 흔히 어른들의 병으로 여겨졌지만, 어린 아기에게도 발생할 수 있으며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많이 발병하는 제1형 당뇨병의 경우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매년 증가 추세다.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석동 교수가 진료하는 모습. 양산부산대병원 제공 당뇨병은 흔히 어른들의 병으로 여겨졌지만, 어린 아기에게도 발생할 수 있으며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많이 발병하는 제1형 당뇨병의 경우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매년 증가 추세다.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석동 교수가 진료하는 모습. 양산부산대병원 제공

막 10대에 접어든 A(10) 양은 최근 들어 목이 부쩍 마르고 소변이 마려워 한밤중에 자주 깼다. 많이 먹어도 살이 되레 빠져 외모에 관심이 많던 A 양은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부모와 함께 병원을 찾았던 A양은 이른바 ‘소아 당뇨병’이라 불리는 제1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A 양 부모는 “평소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던 아이가 당뇨병이라니 믿을 수 없다”고 울먹였다.

 

■소아 당뇨병 증가 추세

당뇨병은 어른들의 병으로 여겨졌지만, 어린 아이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흔히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많이 발병하는 제1형 당뇨병은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매년 증가 추세다.

국제당뇨병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각국 915만 명 정도가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고, 매년 50만 명 이상이 새롭게 진단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19세 미만 제1형 당뇨병 환자 수는 2018년 1만 1473명에서 2022년 1만 4480명으로 불과 4년 새 26% 이상 증가했다. 성인형 당뇨병으로 여겨지던 제2형 당뇨병 역시 소아청소년의 급격한 비만율 상승과 함께 세계적인 증가 추세를 보인다.

소아청소년 당뇨병 환자의 상당수(21~49%)는 심한 탈수를 동반한 당뇨병성 케톤산혈증으로 응급실을 찾으면서 첫 진단을 받는다. 잦은 목마름과 소변,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는 제1형 당뇨병의 전형적인 경고 신호다. 양산부산대병원 유석동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이가 평소보다 유난히 물을 많이 마시거나 밤중에 소변을 보러 일어나는 횟수가 부쩍 늘고, 잘 먹는데도 체중이 줄어든다면 당뇨병을 의심하고 병원을 방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1형은 인슐린주사 무조건 맞아야

당뇨병은 크게 제1형(인슐린 의존형), 제2형(인슐린 비의존형), 임신성 당뇨병, 기타 당뇨병으로 나뉜다. 당뇨병의 대표주자 격인 제1형과 제2형은 혈당(혈중 포도당 농도)이 만성적으로 높아진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원인에는 큰 차이가 있다. 췌장의 β세포는 인슐린을 분비하며, 인슐린은 혈액 속 포도당이 세포에 흡수돼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거나 저장되도록 도와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제1형은 췌장 β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을 거의 만들지 못하게 되는 병인 반면 제2형은 인슐린은 만들어지지만, 몸이 인슐린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효과가 떨어지는 인슐린 저항성을 보인다. 이처럼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 방법도 다르다. 제1형의 경우 반드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며, 하루에도 여러 번 부족한 인슐린을 보충해야 한다. 제2형은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는 생활 습관 개선, 식사 조절, 먹는 약만으로도 혈당 조절이 가능하다.

제1형 당뇨병이 있는 아이는 하루에도 여러 번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식사나 간식을 먹을 때마다 올라가는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공복이나 잠을 자는 동안에도 높아질 수 있는 혈당을 막기 위해 주사를 맞는다. 아이는 혈당 수치와 인슐린 주사량을 알기 위해 매번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찔러 피를 내고 혈당을 측정해야 한다. 최근에는 피부에 붙이는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 사용이 늘면서 핸드폰 화면으로 혈당 수치와 변화 추이를 확인하거나 인슐린을 좀 더 자유롭게 주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민감한 피부에는 접촉 피부염이나 상처가 생기기 쉽고 활동량이 많은 어린이의 경우 기기가 자주 떨어지기도 한다. 유 교수는 “아직 완전히 자동으로 작동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의 끊임없는 관리와 개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사회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 절실

소아청소년 당뇨병 환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에 처하곤 한다. 수업 중 갑자기 저혈당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급식 시간에 인슐린 주사는 언제 어디서 맞아야 할지, 친구나 선생님에게 병이 있다는 걸 알려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체육 시간이나 수학여행처럼 평범한 일정조차 당뇨병을 가진 아이에게는 도전이 될 수 있다. 당뇨병 학생을 처음 만나는 선생님도 당황할 수 있다.

반대로 과도한 보호나 배려로 인해 아이가 또래와 다르게 대우 받는다면 예민한 시기의 아이가 오히려 부담이나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유 교수는 “성장기에는 키와 체중이 빠르게 변하고, 사춘기를 겪으며 인슐린 필요량이 달라지기도 한다”며 “특히 여학생의 경우 월경 주기에 따라 혈당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은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한 질환이다. 성장 과정, 심리적 상태, 그리고 환경적인 요인들이 병의 경과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소아청소년 당뇨병 환자들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꼭 필요하다. 아이들이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유치원과 학교의 지원 체계는 더욱 중요하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당뇨병 교육 프로그램을 정례화하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유 교수는 “당뇨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사회의 따뜻한 지지가 함께 한다면 당뇨병을 가진 아이들도 또래 친구들과 다름없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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