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는 과일 먹으면 절대 안 된다?

[닥터큐 전문의를 만나다] 김용기내과의원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2025-06-02 18:05:03

김용기내과의원 오민영 과장은 “과일이 고혈당을 유발하기는 하지만 당뇨병 환자가 과일을 아예 먹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틀린 말”이라고 밝혔다. 김용기내과의원 제공 김용기내과의원 오민영 과장은 “과일이 고혈당을 유발하기는 하지만 당뇨병 환자가 과일을 아예 먹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틀린 말”이라고 밝혔다. 김용기내과의원 제공

한때 부자들만 걸리는 병으로 불리던 당뇨병은 이제 흔한 질병이 됐다. 실제 당뇨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30세 이상 7명 중 1명 (14.8%), 65세 이상 10명 중 3명 (28%)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당뇨병 전단계 진단도 늘고 있다. 30세 이상 10명 중 4명 (41.1%), 65세 이상에선 2명 중 1명 (47.7%)이 해당되는 만큼 젊은 사람들도 고혈당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당뇨병이나 당뇨 전단계를 진단받게 되면 과일은 먹으면 안 될까. 김용기내과의원 오민영 과장은 “당뇨병에는 과일이 안 좋다는 정보가 알려져 있는데 과일이 고혈당을 유발하기는 하지만 아예 먹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틀린 말”이라고 답했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는 당뇨병의 의학영양요법을 통해 탄수화물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통곡류, 콩류, 채소, 생과일, 유제품의 형태로 섭취하라고 권고한다. 생과일은 비타민, 미네랄, 섬유질이 풍부해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슨 과일을 언제 얼마나 먹어야 할까.

우선 적절한 과일이란 혈당 지수(GI)가 낮은 과일을 의미한다. GI는 음식 섭취 후 혈당을 얼마나 빠르게 상승시키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0에서 100까지 범위로 측정되는데 기준은 포도당으로, 포도당의 GI는 100이다. GI가 낮은 대표적인 과일은 사과, 배, 자몽, 딸기 등으로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한다. 바나나, 포도, 망고 등은 GI가 높아 혈당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사과는 특히 껍질째 먹으면 섬유질 함량이 높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데 유리하다. 배는 수분과 섬유질이 많아 역시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딸기, 블루베리, 라즈베리, 블랙베리 등 베리류는 많이 달지 않다는 가정 아래 혈당 지수가 낮고 항산화 물질과 섬유질이 풍부해 역시 혈당에 좋다.

하지만 생과일 형태로 섭취하는 것을 권하는 것이지 말린 과일이나 설탕이 첨가된 가공 형태는 권하지 않는다. 오 과장은 “쉽게 먹기 위해 과일을 착즙하는 것 역시 섬유질이 대부분 제거되고 당분의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킬 위험이 있어 옳은 선택이라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GI가 낮은 과일이라도 양을 많이 섭취하면 혈당이 오를 수밖에 없다. 한 번에 과도한 양을 먹기보다 나누어 먹는 것을 권하며 한 번에 먹는 양은 100~150g 정도로 한다.

남성은 하루 200~300g, 여성은 하루 150~250g이 적당하다. 보통 사과 반 개(100g), 귤 1개(100g), 포도 10~15알(50g), 딸기 7~10개(100g), 바나나 반 개 (50~60g)다.

과일을 섭취하기 좋은 시간은 식사 사이 간식이 적절하다. 운동 전에는 에너지 보충을 위해 소량의 과일을 섭취할 수 있고, 운동 후에는 혈당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적절한 양을 섭취할 수 있다. 공복에 과일을 섭취하는 것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소화와 흡수가 빨라지는 데다 공복에서는 인슐린 분비가 안정적이지 않아 혈당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과장은 “활동량이 적은 늦은 저녁에 과일을 섭취하면 에너지 소비가 적어져 혈당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며 “사용되지 않은 과일의 당분이 수면 중 지방으로 저장될 가능성이 있어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고 수면의 질 역시 저하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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