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데오거리’ 터줏대감도 철수… 진주 원도심 상권 위태롭다

12년 영업 ‘유니클로’ 운영 중단
2000년대 초중반 패션스트리트
점포 320개 중 현재 40곳만 남아
진주시 예산 부족 등 이유로 뒷짐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2025-12-16 08:00:00

경남 진주시 로데오거리 건물 곳곳에 ‘임대’ 딱지가 붙어 있고 쇼핑객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14일 유니클로마저 철수하면서 상권 존립마저 위태로워졌다. 경남 진주시 로데오거리 건물 곳곳에 ‘임대’ 딱지가 붙어 있고 쇼핑객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14일 유니클로마저 철수하면서 상권 존립마저 위태로워졌다.

과거 경남을 대표하는 패션 중심지였던 진주 원도심 ‘로데오거리’가 쇠퇴일로다. 온라인 쇼핑에 밀려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는 상황에 마지막 남은 대형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까지 철수하면서 이제는 상권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내몰렸다.

진주 로데오거리 상인회 등에 따르면 글로벌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가 지난 14일 자로 영업을 중단했다. 2013년 12월 개점 이후 12년 만이다. 15일 오전 찾은 유니클로 매장은 간판을 떼어 낸 채 문을 굳게 잠갔다. 뒤늦게 폐점 사실을 알게 된 행인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에 사는 이태형 씨는 “시내(원도심)에 자주 나오지 않아서 유니클로가 문을 닫은지 몰랐다. 집이 가까워서 유니클로에 가기 위해 시내에 나올 때도 있었는데, 앞으로는 시내에 나올 일이 더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글로벌 의류 브랜드이자 SPA(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한 회사가 직접 맡아서 판매하는 의류 브랜드)다. 진주에서는 무너져 가는 진주 원도심 상권을 지탱하며 로데오거리 터줏대감 역할을 했다. 2019년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 ‘NO재팬’이나 오프라인 유통 전체가 침체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전국 유명 지점이 문을 닫을 때도 꿋꿋하게 운영을 이어왔다.

진주 원도심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패션 스트리트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브랜드 의류 점포가 몰려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의류 소비 형태가 온라인으로 쏠리고 인근에 새 상권까지 형성되면서 급격하게 쇠퇴했다.

브랜드 의류 점포는 5곳 이하로 줄었고 주점·노래방 등 유흥시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현재 320여 개 점포 중 정상 운영 중인 곳은 40여 곳에 불과하다. 특히 2~3층 점포는 대부분 공실이며, 일부 건물은 경매가 진행 중이다. 이 와중에 그나마 쇼핑객 발길을 끈 점포가 유니클로였다.

인근 한 상인은 “지난해 탑텐(TOP10)에 이어 이번에 유니클로마저 철수했다. 건물 계약 기간이 만료돼 철수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장사가 잘 됐다면 문을 닫을 이유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이제 원도심에 남은 건 휴대전화 판매장과 인형 뽑기, 커피숍 정도다. 한때 불야성이라 불릴 정도로 활성화됐던 거리가 완전히 붕괴 직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망도 암울하다. 현재 남은 브랜드 의류는 2~3곳에 불과하다. 규모도 영세해 패션 스트리트라는 말을 붙이기도 민망한 수준이 됐다. 유인 효과를 기대할 대형 매장이 없어 상권 공동화 현상도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고 마땅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진주시는 최근 원도심 상권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용역사는 즐길 거리·먹을 거리 등 흥미 요소 부재와 화장실·주차장 등 편의시설 부족을 문제점으로 짚으며 테마 거리와 보행자 친화거리, K팝 컬쳐존 조성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정작 진주시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다.

로데오거리상인회 홍혁 회장은 “성북지구, 중앙지구, 상봉지구 등 인근에 도시재생사업이 한창일 때 원도심은 배제됐다. 전통시장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때도 원도심은 이벤트 행사에 그쳤다”며 “지금 원도심에 필요한 건 하드웨어다. 붕괴한 상권을 되살릴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사진=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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