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한일해저터널 로비전에 희비 엇갈린 PK 정치권

영남서 공격적 해저터널 압박
여야 가리지 않고 정치인 접촉
관련 행사 참석사 ‘로비’ 의심
지선 겨냥한 공격 소재로 이용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2025-12-16 18:30:42

경찰이 정치권 인사들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첫 강제수사에 나선 지난 15일 서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국본부에 한학자 통일교 총재(오른쪽)사진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정치권 인사들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첫 강제수사에 나선 지난 15일 서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국본부에 한학자 통일교 총재(오른쪽)사진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통일교의 ‘금품 로비’ 의혹을 계기로 부산 지역 정·관·재계의 오랜 화두인 한일해저터널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 지역 정치권 인사들의 희비도 엇갈린다. 특히 통일교 측이 영남을 중심으로 몇 년 새 상당히 공격적으로 한일해저터널을 띄우면서 통일교 측과 개별적으로 접촉했거나, 관련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로비 대상 아니었나’하는 의심을 받는 상황이 됐다. 반면 통일교 측의 접근에 경계심을 갖고 접촉을 꺼린 인사들은 상대적으로 ‘자기 관리’에서 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통일교 측은 문선명 초대 총재가 1981년 발표한 ‘국제 평화 고속도로’의 일환인 한일해저터널에 대해 문 총재의 사후에도 지상과업으로 삼아 줄기차게 추진해왔다. 특히 한일해저터널의 핵심 관련 지역인 부산 민심을 설득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온 것으로 이번에 드러났다. 실제 한일해저터널의 기종착지로 유력한 부산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사업이 여야를 막론하고 주요 과제로 다뤄져 왔다. 특히 통일교는 2010년대 중반 한일해저터널이 지역 정치권의 관심 의제로 떠오르면서 여야 인사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우호 세력 확보에 돌입했다.

2016년 서병수 당시 부산시장은 수면 아래 있던 한일해저터널 재추진 의사를 밝혔고, 시 자체 예산으로 ‘한일해저터널’의 기초연구 학술용역을 진행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그 이듬해인 2017년 5월 부산에서는 통일교가 개최한 ‘부산가정교회 헌당식’이 열렸는데, 한학자 총재까지 참석한 이 행사에는 서 부산시장과 백종헌 당시 부산시의회 의장 등이 참석하기도 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오거돈 시장 때에도 내부적으로 한일해저터널에 대한 검토는 이어졌다.

이후 2017년 대선으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통일교 측은 키를 쥔 여권 쪽에도 창구를 만들려고 했는데, 그 정황이 이번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금품 로비 의혹이다. 이와 관련,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지난 8월 특검팀에 ‘2018년 당시 문 대통령의 측근 3명을 통일교 본산인 경기도 가평 천정궁에 초청하려고 했는데, 민주당 의원이던 전 전 장관을 제외한 두 명은 초청을 거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청을 거절한 한 사람은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김경수 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이라고 한다.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일해저터널 건설을 깜짝 공약으로 제시하자, 통일교가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을 우호 세력으로 설정하고 집중적으로 접촉한 정황도 나타난다. 특히 2022년 대선 직전인 2월 통일교 측은 윤석열 캠프 부산 선대위의 백종헌 의원 등 일부 인사를 만나 한일해저터널 추진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백 의원은 16일 "통일교 인사와 만난 사실은 맞지만, 사실 그 때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캠프에 있으면 직능단체, 종교단체 등 온갖 사람이 응원차 방문하는데, 그런 정도 수준에서 만난 것으로 기억한다"고 해명했다. 부산의 한 한일해저터널 연구단체 관계자도 “당시 민주당 이재명 부산 선대위에도 관련 연구 내용을 전한 것으로 안다”며 “공식적인 활동이었고, 통일교 인사가 정치인들을 따로 만난 사실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통일교는 ‘one Korea 피스로드 통일대장정’ , ‘Think Tank 희망전진대회’ 등 산하 단체별로 다양한 행사에 여야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을 초청해 우호 세력을 만들려 했다. 실제 이 자리에는 부산·경남 여야 의원들이 다수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김정호(경남 김해을) 의원은 “매년 통일교 측의 초청장이 왔고 통일부 후원도 있는 행사였지만 관심이 없어서 참석하진 않았다”면서 “지역구에서 몇 백 명씩 모이는 행사에 참석 안 하긴 사실 쉽지 않다. 단순히 참석한 사실만 두고 유착을 의심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대식(부산 사상) 의원도 “통일교를 비롯해 소수 종교 관계자들을 잘 알고 있지만, 내가 독실한 교회 장로여서 그런지 그런 초청을 받은 사실은 아예 없다”면서 “다만 통일교의 이런 활동들은 다른 종교단체의 포교 활동과 비슷하게 일상적으로 이뤄진 것 같다”고 전했다.

통일교와의 ‘접촉’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공격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부산 민주당의 이재성 전 시당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박형준 부산시장이 2021년, 2022년 두 차례 통일교 행사에 영상 축사를 한 사실을 거론하며 “부산시장이 시민을 대신해 논란의 여지가 큰 정치·이념 행사에 메시지를 보내는 데에는 분명한 책임과 설명이 따라야 한다”며 박 시장의 해명을 요구했다.

박 시장 측은 “반국가단체, 불법단체가 아니라면 대체로 모두 영상 축사를 보내고 있다”며 “의례적인 내용의 축하 멘트가 전부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전형적인 물타기 공세”라고 반박했다. 이 전 위원장과 박 시장 모두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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