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2026-02-11 16:54:03
부산·경남 정치권은 1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부산시 제공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 행정통합 추진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산·경남 정치권이 여권의 통합 속도전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회에서 열린 부산·경남 행정통합 관련 토론회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통합을 서두르는 방식이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근시안적 접근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부산·경남 지역 국민의힘 의원 19명은 1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부산·경남 행정통합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권한 이양과 입법 방향을 살피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여권이 6·3 지방선거 이전 통합 자치단체 출범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상황에서, 행정통합을 어떤 방식과 절차로 추진해야 할지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 셈이다.
이날 행사에는 행사를 주관한 이성권 의원을 포함해 부산 지역에서는 곽규택, 김대식, 김미애, 조승환, 주진우 의원이, 경남 지역에서는 정점식, 김종양, 서천호, 이종욱, 최형두 의원이 참석했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 서범수 의원도 함께했다.
행사는 정치권 관계자 인삿말에 이어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박관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센터장과 박재율 지방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가 발제를 맡았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이정석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하민지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임기홍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오문범 부산YMCA 사무총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여권의 행정통합 추진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박 부산시장은 행정통합 추진 과정에서 자치분권이 빠졌다고 지적하며 분권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부산·경남은 대전·충남의 두 배다. 자치권 없이 통합이 이뤄지면 예타 면제권, 국토 이용권, 예산 분배권도 없는 상태에서 중앙정부에 종속되는 구조가 되고, 그 안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어 불균형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의 통합 속도전 행보도 비판했다. 박 시장은 “김경수 전 지사도 분권 없는 통합은 기초공사 없이 집을 짓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알면서도 분권 없이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정치적 우롱”이라며 “최근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지역별 특례 조항의 핵심 내용이 빠지고 있다. 마산·창원·진해 통합 사례에서 봤듯 권한을 나중에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는 환상에 가깝고,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여권의 선거 전 통합 추진 기조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여권을 향해 “행정통합을 선거에 이용하겠다는 발상은 치졸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선거가 다가오니 선거에서 몇 표 더 얻기 위해 서두르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통합 논의 자체가 방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대계를 설계하는 일을 이렇게 원칙과 기준도 없이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면 역사의 벌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지사도 중앙정부의 통합 추진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자치단체 통합과 관련한 부분은 중앙정부의 권한이지만 중앙정부는 중재 역할은 하지 않고 로또 복권 하듯 상금만 걸어놓고 지자체에 달리기 경주를 시키고 있다”며 “광역단체 통합은 지방자치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정치 논리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주민투표와 실질적인 권한 이양을 제시했다. 그는 “자치의 기본은 주민이 결정하는 것이고, 그 핵심 절차는 주민투표”라며 “주민투표 없이 통합할 경우 이후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누가 책임지느냐.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주민투표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4년간 매년 5조 원을 주겠다는 식의 접근이 지방자치 개편이나 통합이라고 볼 수 있느냐”며 “입법권, 재정권, 조직권을 반드시 넘겨줘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도 속도 조절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주민투표를 통한 의견 확인과 권한·재정 이양 범위부터 정리해야 한다며, 여권이 추진 중인 다른 권역 특별법들 사이에서도 권한 수준이 제각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합 추진과 관련해 “이렇게 급발진하다가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권 의원은 “아무도 행정통합을 반대하고 있지 않은데, 어느 정당에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백년대계를 결정할 법안을 일주일 만에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일종의 부실공사다. 우리는 이런 방식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경남 정치권은 전날 청와대 관계자와의 면담 결과도 공개했다. 부산시·경남도 관계자는 전날 홍익표 정무수석을 만나 광역자치단체 통합 추진 과정에서 시도지사 간담회조차 열리지 않은 점을 문제로 제기하고,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 공식 간담회 개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지역별 개별 특별법이 아니라 통합 기본법을 마련하고, 통합 지자체의 실질적 자치권과 위상 보장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홍 수석은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취지로 답변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