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기회 박탈당했다” 청년 분노 불 지핀 선관위

대학가도 선거 부실 관리 규탄
6·10 항쟁 맞춰 동시 비판 성명
부산대 총학생회 10일 시국선언
지지 의사 모은 과잠 시위 병행
절차 공정성에 민감한 2030세대
선거까지 공정성 훼손 확산 인식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2026-06-10 18:24:09

10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넉넉한터에서 총학생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시국선언을 앞두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학과 점퍼를 벗어두는 시위를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10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넉넉한터에서 총학생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시국선언을 앞두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학과 점퍼를 벗어두는 시위를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대학가가 들끓고 있다. 부산대를 비롯한 전국 대학 총학생회들이 10일 시국선언에 나서며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선거 관리를 강하게 규탄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번 사태에 강한 분노가 터져나오는 것은 개인의 권리 침해를 정의의 심각한 훼손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입시와 주거, 일자리 등을 둘러싼 ‘무한 경쟁’ 사회를 살아오며 이들이 체득한 공정성에 대한 높은 민감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10일 오후 6시 부산대 정문 시월광장에서 ‘6·3 지방선거 참정권 침해를 규탄하는 부산대학교 공동행동 및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차원에서다.

이날 오전 8시부터는 정문 잔디밭인 넉넉한터 스탠드에서 ‘과잠 시위’도 함께 진행됐다. 학생들이 학과 점퍼를 정해진 장소에 펼쳐두는 방식으로 시국선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는 것이다. 시험을 앞두고 현장에 직접 모이기 어려운 학생들도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밀양캠퍼스와 양산캠퍼스 학생들도 각 단과대학 대표자가 과잠을 모아 부산캠퍼스로 옮기는 방식으로 동참했다.

총학생회는 9일 저녁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과 긴급회의를 열고 시국선언 참여를 결정했다. 부산에서도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가 확인되면서 더는 침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산대 최연우 총학생회장은 “부산에서도 문제가 생긴 만큼 부산대만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봤다”며 “다만 총학생회가 개인적으로 움직일 수는 없는 만큼 논의를 거쳐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앞서 부산대를 비롯해 국립부경대, 경성대, 동명대 등 부산 주요 대학 총학생회가 잇따라 성명서를 내고 선관위를 비판했다. 이날 시국선언도 6·10 민주항쟁 기념일에 맞춰 전국 대학가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전남대 등 전국 18개 안팎 대학 총학생회가 각 캠퍼스에서 선관위의 선거 관리 부실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에 참가 의사를 밝혔다. 부산에서는 부산대가 먼저 행동에 나서고 국립부경대와 경성대, 부산가톨릭대 등 지역 대학 총학생회도 향후 공동 성명이나 시국선언 등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규탄 목소리는 2030세대에서 두드러진다. 지난 6일부터 열리고 있는 부산시선관위 앞 집회·시위 또한 이들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이는 청년들이 선거 결과 자체보다 ‘내 한 표가 제대로 행사되고 보장됐는가’라는 절차적 공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개인이 권리 행사에 제한 받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는 인식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제한된 일자리를 놓고 성장 과정 내내 치열한 경쟁을 경험한 청년층에게는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한 기회 보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대 이경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회장은 “이번 분노는 특정 후보의 당락이 아니라 선거의 기본적인 공정성과 신뢰가 흔들렸다는 점에서 나온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투표소에 갔는데 용지가 부족했다는 사실이 정당한 기회를 박탈당한 것처럼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사태에 대해 청년들이 선거 부실로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점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고 진단했다. 동아대 윤상우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은 입시와 취업·주거 등 여러 영역에서 기본적인 기회가 침해되는 경험을 겪어 왔다”며 “그런 공정성 훼손이 선거 참여까지 확산됐다고 느끼면서 분노가 더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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