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의 올해 새 사외이사에 재계·학계 등 전문가 그룹의 비중이 대폭 늘어나고 관료 출신 인사들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관료 출신에서는 청와대 출신이 크게 줄고 세무당국 출신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동부그룹과 현대자동차, 삼성이 관료출신 비중이 높았고 SK, 포스코, 한진 등 9개 그룹은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한 명도 영입하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23일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올해 30대 그룹 94개 상장 계열사 사외이사진에 새롭게 합류한 125명의 이력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의 40.8%인 51명이 관료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9명 줄어든 수치다.
대신 교수 등 학계(34명. 27.2%) 와 재계(20명. 16%) 출신 등 전문가그룹이 54명으로 8명 늘어났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3.2%로 관료출신을 넘어섰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전체 사외이사에서 전문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한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이 몸담았던 전직 정부기관은 청와대와 검찰, 법원 등 사정기관 출신이 각각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국세청·관세청 등 세무당국 출신도 11명(8.8%)으로 3위를 달렸다.
하지만 부처별로 살피면 청와대 출신인사들의 경우 박근혜 정부 집권 4년차인 올해는 지난해 21명에 에 비해 그 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 국세청과 관세청 출신은 지난해 6명에서 올해는 11명으로 2배 가까이 늘며 약진했다. 이어 기획재정부 7명(5.6%), 금감원 2명(1.6%) 순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감사원 출신도 1명씩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여러 부처나 기관에서 근무한 인사의 경우 근무기간이 가장 오래되고 직급이 높았던 곳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룹별로는 동부그룹이 2명의 사외이사를 모두 관료 출신으로 뽑아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5명 중 4명(80.0%)을 관료 출신으로 선임한 현대자동차, 9명 중 7명(77.8%)을 관료 출신으로 채운 삼성이 뒤를 이었다.
롯데와 두산, 신세계도 71.4%를 기록해 관료 출신 비중이 높았다. GS 현대중공업 CJ 현대백화점 동국제강도 신규 사외이사의 절반이 관료 출신이었다.
반대로 SK는 7명의 신규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이 한명도 없었다. 포스코, 한진, 금호아시아나, 대림등도 2~4명의 사외이사를 뽑았지만 관료출신은 없었다. OCI, S-OIL, KCC 미래에셋 등 4개그룹은 1명의 사외이사를 비관료로 선임했다. LG, 영풍, LS도 관료 출신 비중이 20% 수준으로 낮았다.
신규 선임된 관료출신 사외이사들 중에는 거물급 인사들도 많았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삼성전자와 롯데쇼핑의 신규 사외이사로 동시에 선임됐다.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은 오리콤,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두산건설, 정병두 전 인천지검장은 LG유플러스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김창록 전 금감원 부원장은 각각 현대중공업과 한화의 사외이사로 영입됐다.
세무당국 출신 중에서는 국세청 국장을 지낸 김영기 세무법인 티앤피 대표가 현대건설과 현대홈쇼핑 사외이사를 겸하게 됐다.
사진=CEO 스코어 제공
김상혁 기자 sunny10@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