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첫 녹화 김구라, 진정한 희극인일까 희극인의 비애일까

2015-09-03 09:21:10

진정한 희극인일까, 희극인의 비애일까.

2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는 김구라의 이혼 발표 후 첫 녹화였다. 김구라는 오프닝부터 자신의 이혼 심경을 밝혔다.

이날 김구라는 모두가 이혼 걱정을 하는 가운데 그마저도 개그로 승화시켰다. 자칫 불편해질 수 있었던 분위기를 김구라 스스로 예능으로 둔갑시킨 것.

김구라는 "이런 일이 생길지 몰랐다. 굉장히 고민되는, 불가피한, 정말 가슴 아픈 결정이었다. 사실은 죄나 흉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하며 복잡했던 심경을 먼저 전했다.

그러나 이내 "앞으로 방송함에 있어서 전국에 계신 이혼남, 이혼녀들의 파이팅 그리고 사기 진작을 위해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너스레 떨었다. 

이에 잠시 숙연해졌던 스튜디오가 갑자기 웃음꽃이 핀 것. 마치 이혼남, 이혼녀들을 대표해 연사처럼 연설하는 모습이 재미를 자아냈다.

이어 김구라는 "'나혼자 산다' PD에게 연락이 왔다. 농담이지만 '형님, 이제 출연하셔도 됩니다'라고 하길래 '난 동현이랑 둘이 산다'고 보냈다"고 말하며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더 나아가 같은 이혼남인 김국진, 임창정을 일으켜 세워 함께 사진을 찍으며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김구라는 이전에도 가정의 빚문제 등을 먼저 밝히며 개그로 승화시켰다. 보통 드러내기 힘든 치부지만 김구라는 먼저 이야기를 꺼내서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을 먼저 중화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김구라와 같이 방송하는 사람들도 적정한 선에서 함께 예능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시청자들 역시 김구라를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었다. 김구라가 가정사를 언급하지 않고 계속 예능에 나온다면 '억지 웃음'을 본다는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 김구라는 그런 부분을 원천 차단한 것.

하지만 이는 다른 사람들이 편할 수는 있어도 김구라 자신은 불편할 수도 있다. 김구라는 줄곧 방송에서 가정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런 그에게 이혼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일 수도 있다.

이는 직업상 속상한 마음을 뒤로하고 웃고 웃겨야하는 희극인의 비애가 담긴 면모다. 

모든 선택은 김구라가 했고 결과도 김구라의 몫이다. 시청자들은 김구라의 비애를 보듬어 안고 그가 만드는 웃음을 즐기면 된다.

사진=MBC '라디오스타' 방송 캡쳐 

비에스투데이 김상혁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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