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 기자 leo@busan.com | 2025-08-07 18:00:12
롯데 자이언츠가 ‘10승 투수’ 터커 데이비슨을 방출하고 미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38승을 거둔 빈스 벨라스케즈를 영입했다.
롯데의 이번 결정은 8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만족하지 않고 33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시즌 막판에 내려진 선수 교체가 우승을 이끄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팀을 망치는 ‘자충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데이비슨은 지난 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해 팀의 7-1 승리를 이끌며 시즌 10승째(5패)를 거뒀다. 그런데 롯데는 이날 저녁 각 언론사에 문자를 보내 데이비슨을 내보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데이비슨과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면담을 실시했으며, KBO에 웨이버 공시를 요청할 예정이라는 이야기였다.
롯데가 10승 투수를 내보내기로 한 것은 ‘2% 부족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평균자책점도 3점대 중후반으로 애매하고, 경기당 투구 이닝도 6이닝이 안 돼 아쉬웠다는 것이다. 우승 경쟁을 펼칠 다른 팀의 외국인 에이스들과 비교할 때 약한 모습이었던 게 사실이다.
포스트 시즌은 투수 싸움으로 펼쳐질 수밖에 없어 강력한 구위를 가진 투수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특히 외국인 투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롯데는 알렉 감보아, 박세웅, 나균안, 이민석 등 탄탄한 선발진을 갖췄지만 반드시 이긴다고 보장할 만한 투수는 감보아뿐이다. 데이비슨이 그의 뒤를 이어 필승카드가 돼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미흡했던 것이다.
롯데가 데이비슨을 내보내고 받아들인 선수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트리플A 팀인 콜럼버스 클리퍼스의 빈센트 존 벨라스케즈(33)다.
벨라스케즈는 신장 190cm, 체중 95kg의 우완 투수다. 2010년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지명됐다. 롯데는 "최고 153km의 빠른 속구를 가지고 있으며 슬라이더, 너클 커브,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에서 9시즌 동안 활약하며 76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V2’라는 별명을 가진 벨라스케즈는 201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휴스턴 애스트로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거치며 191경기에 등판했고, 그중 144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2023년까지 총 38승 51패를 거뒀고 평균자책점(ERA)은 4.88이다. 2018년에는 필라델피아에서 9승 12패를 기록해 개인 최다승을 따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총 105경기에 등판했고 79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서 33승 19패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했다. 그의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기록을 보면 선발투수 요원인 셈이다. 특히 메이저리그에서 763이닝 동안 탈삼진 822개, 마이너리그에서 417이닝 동안 탈삼진 494개를 뽑을 정도로 삼진 능력이 좋다.
반면 과거 최고 155km였던 구속이 올해는 150km까지 떨어졌다는 게 미국 언론의 설명이다. 여기에다 올해 9이닝 기준으로 5.5개꼴로 볼넷을 내줄 정도로 나쁜 제구력이 문제다. 게다가 2023년 6월 팔꿈치 수술을 받고 지난해 전혀 등판하지 않았다.
부상 재발을 우려한 구단에서는 올해도 평균 4이닝 정도만 던지게 했다. 7월 이후에는 5이닝-3이닝 투구 경기를 거듭했다. 아직까지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100% 확신할 수 없다는 게 미국 언론 평가다.
롯데는 “메이저리그 선발 등판 경험이 많아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 중요한 경기에서 팀에 필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벨라스케즈는 롯데 구단을 통해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는 롯데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대된다”면서 “팀의 중요한 시기에 합류하는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포스트 시즌 진출을 위해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