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 2025-01-20 17:29:31
“특수 건강검진이 뭐죠?” “그 병원은 특수 장비로 검사를 하나요, 아니면 특별한 사람들만 받는 검사가 따로 있나요?”
특수 건강검진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소음, 분진, 화학물질 등 유해 환경에 노출된 근로자에게 실시하는 검진이다. 흔히 직업병이라고 하는 건강 이상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소방관, 경찰관, 간호사, 경비원, 편의점 판매원 등 야간 교대 근무가 필수적인 근무자도 특수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서비스 업종 중에서 백화점 판매원이나 텔레마케터 등과 같이 고객 응대 부서에 있는 감정 노동자도 특수 건강검진 대상자다.
일반적으로 건강검진 참여율은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안전보건공단의 2020년 ‘근로자의 건강검진 실태조사 연구’에 의하면 특수 건강검진 수진율은 사업장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수진율이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 건강검진의 경우 사업주가 자발적으로 실시하지 않으면 소속 근로자가 유해 인자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주의 의지가 중요하다.
특수 건강검진은 어떤 종류가 있으며, 어떻게 진행하는지에 대해 이샘병원 건강검진센터 윤동영 센터장과 박시우 원장으로부터 들어 본다.
■유해 인자에 따라 검사 항목 달라
근로자는 일하는 동안 다양한 유해 인자에 노출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특수 건강검진 대상 유해 인자는 크게는 화학적 인자, 분진, 물리적 인자, 야간작업 등 약 180종이 지정돼 있다.
화학적 인자에는 톨루엔 등을 포함한 109종의 유기 화합물, 납을 포함한 20종의 금속류, 황산 등을 포함한 8종의 산 및 알카리류, 산화에틸렌 등을 포함한 14종의 가스 상태 물질류, 염화비닐 등 허가 대상 유해 물질 12종이 있다. 화학적 유해 인자는 중독에 의한 사망, 직업성 천식 그리고 직업성 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분진에는 광물성 분진, 석면, 곡물 분진, 면 분진, 나무 분진, 용접흄(금속증기), 유리섬유가 포함된다. 진폐증이나 폐암 등의 호흡기 계통의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유해 인자다.
물리적 인자에는 소음, 진동, 방사선, 자외선 및 적외선, 마이크로파와 라디오파로 분류되는 유해 광선이 있다. 이들은 소음성 난청이나 수완진동증후군 그리고 빈혈이나 백혈병, 피부암 등을 유발한다.
일반검진과는 어떻게 다를까. 공단에서 실시하는 일반검진에서는 신체 계측이나 혈압, 혈당 등 검사 항목이 개인별로 거의 차이가 없다. 반면에 특수 건강검진은 일하는 도중에 노출되는 유해 인자에 따라 검사 항목이 다르게 정해진다.
먼저 작업 환경 측정기관에서 사업장의 근무 환경을 분석해서 해당하는 유해 인자의 개인적 노출 유무와 그 정도를 판단한다. 이러한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서 개인별 검사 항목이 정해지게 되고, 사업주의 요청에 의해 특수 건강진단 기관에서 검사가 이루어진다. 이샘병원 건강검진센터 박시우 원장은 “예를 들어 직업성 천식을 유발할 수 있는 금속 가공유를 취급하는 근로자는 폐기능 검사를 받게 되며, 톨루엔 등의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분들은 이것의 체내 흡수량을 판단하기 위해 특수한 소변 검사를 실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야간 근무, 생체 리듬 깨져 질환 유발
밤 12시(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근무시간이 포함된 야간 근무 횟수가 월 4회 이상이거나,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에 월 평균 60시간 이상 근무하면 야간 근로자에 속한다. 주간-야간-비번 식으로 교대 근무를 하더라도 월 4회 이상, 월 평균 60시간 이상에 해당하면 특수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이샘병원 윤동영 건강검진센터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돼 2016년부터 모든 규모 사업장의 야간 근로자가 특수 건강검진 대상에 포함됐다. 야간 작업은 불면증, 우울증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위암, 유방암 발병률이 증가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경고했다.
야간 작업을 하게 되면 근무하는 동안 수축기 및 확장기 혈압이 상승해 작업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더라도 회복이 잘 되지 않는다. 따라서 수면을 취할 때 나타나는 혈압 하강이 나타나지 않아 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
야간 작업은 이외에도 소화효소의 분비 장애와 산·염기 균형의 장애를 일으켜 위장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생체리듬에 장애를 일으켜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야간 교대 근무는 생체 리듬을 불균형하게 만들어 수면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근로자들은 야간 작업 중 사고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생산성이 감소하며, 이직률도 높다.
서비스 업종이 다양해지면서 감정 노동 종사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감정 노동 종사자들은 우울증, 소화불량, 두통 증세가 흔히 나타나고 심해지면 대인기피증, 공황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후 관리가 더 중요
특수 건강검진은 검진 후에 사후 관리가 더 중요하다. 검진 결과에 따라 정상부터 질환 의심자까지 구분하고 상담, 추적검사, 약물치료 등의 건강 보호조치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또 검사 결과를 토대로 정상적인 업무가 가능한 경우부터 업무 금지까지 질환 예방 차원에서 필요한 의학적 조치를 내려야 한다.
윤동영 센터장은 “불리한 건강진단 결과가 나오더라도 근로자에게 퇴사 등의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 사업주는 근로자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작업 장소 변경, 작업 전환, 근로 시간 단축, 작업 제한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 건강검진 비용은 근로자 본인이 부담할 필요가 없다. 사업주가 지불한다.
특수 건강검진은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특수 건강검진기관에서 받아야 한다. 검사를 실시한 후에 검진기관에서는 개인 자료는 근로자에게, 전체 사업장의 결과표는 사업주에게 30일 이내에 송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