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 2025-01-21 07:00:00
손꼽아 기다렸던 겨울방학도 어느새 막바지다.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방학에는 학기 중에 비해 신체 활동이 줄어들어 몸무게가 불어나기 쉽다. 올바른성장소아청소년과의원 최이호 원장은 "특히 성장기 아이들에게 체중 증가는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성조숙증은 신체적 발달뿐만 아니라 정서적, 심리적 측면까지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성장판 빨리 닫혀 키 손실
성조숙증은 다른 말로 조기 성숙이라고 하며, 또래보다 사춘기 발달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만 8세 이전의 여아나 만 9세 이전의 남아에게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상태를 일컫는다. 정상적인 2차 성징 범위는 여아는 만 9~13세, 남아는 만 10~14세다.
성조숙증은 대부분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지만, 유전적인 요인이나 소아 비만, 서구화된 식습관, 환경 호르몬 등이 주원인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성조숙증은 남아보다는 여아에게 흔히 발생하는데, 심각한 병적 원인을 가지는 경우는 남아가 더 많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음모가 발달하는 경우, 여자아이는 가슴 몽우리가 잡히는 경우, 남자아이는 고환이 커지는 경우(세로 길이 2.5cm 이상 또는 용적 4cc 이상) 등이 해당된다.
성조숙증은 특히 키 성장에 악영향을 준다. 성장판이 빨리 닫혀 최종 키가 작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이호 원장은 "초등학교 때 또래 친구들보다 키가 크다고 해도 성조숙증으로 골 성숙이 빨라지면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면서 그만큼 키가 클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지게 된다"면서 "결국 자신보다 작았던 또래 아이들에게 키가 따라잡히는 것은 물론이고, 성인이 되었을 때 평균 키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각종 질병과도 연관성이 높다. 특히 초경이 빠를수록 여성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초경을 일찍 시작했다고 해서 폐경이 빨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생 전체에서 여성 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늘어나면 성인이 되었을 때 난소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등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성조숙증을 가중시키는 요인인 소아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고혈압이나 당뇨병, 각종 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성인병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최이호 원장은 "성조숙증은 단순히 사춘기를 일찍 맞는 것 이상의 의미"라며 "성장기 아이에게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와 사회적 적응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성조숙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사 치료로 성호르몬 억제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는 아이들의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성조숙증(조발사춘기) 환자는 2019년 10만 8576명에서 2023년 18만 6726명으로 5년 사이 약 72% 증가했다. 성별로 보면 2023년 기준으로 남아 3만 7955명, 여아 14만 8771명으로 여아의 비율이 약 80%에 달한다.
여아는 만 7세, 남아는 만 8세부터 성장클리닉을 방문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성장클리닉에서는 엑스레이 촬영을 통한 골 연령 검사와 혈액 검사를 통해 혈액 중의 성선자극호르몬(LH) 수치가 5 이상인 경우 성조숙증으로 진단한다.
대부분 4주 간격으로 성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는 것으로 치료한다. 이 주사는 호르몬 조절에 관한 상호 관계를 조절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 축의 활동을 억제해 성호르몬의 과다 분비를 막고, 성장판이 일찍 닫히는 것을 방지해 아이의 성장 발달을 정상 궤도로 되돌릴 수 있다.
최이호 원장은 "적절한 치료를 하면 성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해 성인 키 손실을 막을 수 있다"면서 "관련 연구를 종합해 보면 성조숙증 치료를 적극적으로 잘 받았을 경우 최종 키가 평균적으로 3~5cm가량 더 자라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소개했다.
성조숙증을 예방하려면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과 같은 올바른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특히 적절한 영양 상태를 유지해 소아 비만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 일회용품 사용이나 인스턴트 식품을 줄여 환경 호르몬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올바른성장소아청소년과의원 최이호 원장은 "양육자가 아이의 상태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관찰한다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성조숙증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올바른 성장과 발달을 지원할 수 있다"면서 "성조숙증이 의심될 경우 주저하지 말고 소아내분비 전문의가 있는 성장클리닉을 방문해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기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