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5-01-20 14:55:57
“부산문화 정책 현장에서 20년 정도 일했습니다. 이제 실행할 수 있는 기관에 들어왔기에 부산의 문화예술 전반에 어떻게 새로운 활력을 넣을 수 있을지 좀 더 고민하고, 직원들과 잘 협력해서 문화예술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지난 17일 취임식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재)부산문화재단 오재환(59) 제8대 대표이사는 “책임감이 느껴진다”는 말과 함께 취임 소감을 밝혔다.
2009년 설립한 부산문화재단은 15년간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과 시민 문화 향유를 위한 기반을 다져왔지만, 재단 설립 목적인 예술인 지원을 통한 예술진흥과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 회복이라는 결과에 대해 서로가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지원 예산이 늘었음에도 만족을 못 하는 건, 서로가 접점을 찾지 못해서일 것입니다. 두 개(예술진흥본부와 생활문화본부)로 나눠진 본부 조직은 10년째 지속한 것이고, 현재 공석인 예술진흥본부장은 채용 공고 중이어서 일부 팀제 변형을 포함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두 본부를 연계해 만족도를 높이는 게 숙제입니다.”
오 대표의 부연 설명인즉슨, 예술인들은 예술인대로 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 방안 욕구가 강한 것 같고, 또한 이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요구에 대해선 어떤 장소에서, 어떤 방식으로 해 나가야 할지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때 재단이나 매개자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더 욕심을 내자면 부산문화 브랜드를 높여서 궁극적으로는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의 기초를 다질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재단이 본연의 업무인 지원하고 매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사업을 너무 많이 하는 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재단 설립 초기부터 시의 사무를 대행하는 사무소 형태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시의 정책을 실행하는 차원이 크다 보니까 본연의 기획 부분이 약하긴 했습니다. 한꺼번에는 어렵겠지만, 정리할 사업도 있을 겁니다.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부분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시의 간섭에서 벗어날 필요도 있고, 독자적 기획으로 실험적인 것들은 해 볼 생각입니다.”
당장 재단이 주관하는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에 대해서도 그는 “외국으로 우리 작품을 내보내는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연예술 도시로 가야 하는 부산의 목적이 뭔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면서 “단순히 10월에 열리는 일회성 행사로 그칠 게 아니라 지역 공연예술과 연계해 생태계 구성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재단 내 예술진흥 영역과 결합하는 형태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문화재단 중장기 목표인 ‘부산문화재단 비전 2030’과 5대 전략은 2019년 부산연구원 재직 시절 함께 만들었던 것이어서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5대 전략은 △문화예술을 통한 지속가능 도시 환경 조성 △플랫폼형 지원 체계로 예술 생태계 회복 △참여하고 기획하는 시민 문화권 확산 △평화와 연대의 아시아 해양문화 허브 구축 △소통과 협력으로 열린 경영 실천이다.
“시민과 예술가가 동행하는 삶, 혁신 플랫폼으로서 문화재단의 미션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다만 그동안 부산이 가장 잘해 왔던 문화예술교육 영역이 약화한 듯해 살리고 싶고, 글로벌 도시로 가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문화다양성도 관심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또한 코로나 이후 예술 문화에 대한 새로운 지형 변화와 보편적인 형태의 틀을 넘어서 다기능적 형태의 예술 지원이 가능한지 살피겠습니다.”
이 외에도 오 대표는 2차 베이비붐 세대와 이제 65세 은퇴자가 되는 이들의 예술문화에 대한 욕구나 지원 방식도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 대표는 취임 직전까지 20년 5개월을 부산연구원에 근무하면서 문화 정책 연구를 책임졌다. 새 대표이사 임기는 2년이지만, 지난해 개정된 ‘부산시 출자·출연 기관의 장 및 임원의 임기에 관한 조례’에 따라 현 시장 임기와 같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