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2026-02-09 16:23:30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9일 세종시 국세청 본청에서 먹거리 독과점 업체 세무조사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국민들이 즐기는 음식료품 독과점 업체 3개사에 대해 국세청이 1500억 원을 추징했다. 독과점 상황을 악용해 손쉽게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하고 늘어난 이익은 탈세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9월부터 3차례에 걸쳐 과도한 가격 인상으로 폭리를 취하며 탈세 혐의가 있는 103개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해왔다고 9일 밝혔다. 현재 53개곳 세무조사를 마쳤고 추가로 현재 50곳을 조사 중이며, 앞으로 14곳을 더 조사할 예정이다.
먼저 세무조사를 마친 53개사에 대해선 3898억 원의 탈세를 적발해 1785억 원을 추징했다. 특히 가공식품 제조업체 3곳의 탈세가 컸다.
‘카스’로 잘 알려진 오비맥주는 점유율과 매출을 높이기 위해 판매점에 1100억 원 대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광고비로 변칙 처리했다. 특수관계법인에는 용역 수수료 450억 원을 과다지급해 이익을 나눴다. 이것이 제품 가격 22.7% 인상의 원인이 됐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추징금은 약 1000억 원이다.
아이스크림 등 제조업체 B사는 특수관계법인에 이익을 몰아 주기 위해 물류비 250억 원을 과다 지급했다. 이는 제품 가격 25.0% 인상으로 이어졌다. 추징액은 200억 원 대다. 한 라면 제조 업체도 300억 원을 추징당하게 됐다.
이밖에 추모공원을 운영하는 장례업체 C사는 5년 동안 1년 매출의 97%에 해당하는 금액을 탈루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국세청은 2·3차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4차 세무조사에도 나선다. 대상은 △ 가격담합 등 독과점 가공식품 제조업체(6개) △ 농축산물 유통업체·생필품 제조업체(5개) △ 프랜차이즈 가맹본부(3개) 등 총 14개사다. 탈루 혐의 액수는 5000억 원이다.
4차 조사 대상에는 검찰 수사를 거쳐 6조 원 대 담합 행위로 기소된 대한제분이 포함됐다. 탈루 혐의 액수는 1200억 원 규모다. 이 회사는 사다리 타기를 통한 가격인상 순서 지정 등의 수법으로 제품 가격을 44.5% 올렸다.
간장·고추장·발효 조미료 등을 제조하는 D사는 원가 하락에도 과점 지위를 이용해 주요 제품 판매가격을 10.8% 인상했고, 지난해 영업이익이 수백억원대로 300% 이상 폭증했다. 이 조차도 사주 자녀 회사의 포장용기 고가 매입, 사주 자녀법인에 고액 임차료 지급 등의 방법으로 이익을 축소 신고했다.
1000개 넘는 가맹점을 보유한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도 세무조사를 받는다. 이 업체는 지역 지사에서 받은 로열티·광고분담금 신고를 누락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줄였다. 일도 안하는 사주 배우자와 자녀에게 수십억원 상당의 급여를 주며 이익을 빼돌렸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공정위는 검찰·경찰의 조사로 담합 행위가 확인된 업체는 즉시 탈세 여부를 정밀 분석해 세무조사에 신속히 착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