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 대토론회 딴 나라 얘기, 지방 맞춤 대책 절실

수도권 중심 논의에 지방선 박탈감만
고사 위기 지방 부동산 대책이 더 시급

2026-07-24 05:12:00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안정화 해법을 찾기 위해 대통령이 각계각층 국민들과 함께 가진 대국민토론회가 수도권 편중 논의에 머물며 지방민들에게는 깊은 소외감과 박탈감을 남겼다. 이럴 거면 토론회 명칭부터 ‘수도권 부동산 토론회’라고 붙였어야 했다. 물론 정부가 여러 차례 대책을 내놓고도 시장이 정부 통제를 벗어나 움직이는 등 서울 집값 잡기가 쉽지 않은 것은 잘 안다. 이날 토론도 초고가 주택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주택 담보 대출, 정비 사업 이주비, 민간 임대주택과 재건축 공급 방안 등 갑론을박이 오갈 정도로 뜨거웠다. 하지만 수도권에 국한된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지켜보는 지방민 심정은 착잡하기만 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양상이 다르지만 어려움을 겪는 건 매한가지다. 수도권이 집값 상승, 공급 부족, ‘똘똘한 한 채’ 문제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만큼 정부가 각계 의견을 들어 부동산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것을 무어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역대급 미분양과 거래 절벽에 막혀 침체 수렁에 빠진 지방 부동산 문제는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는 것은 큰 문제다. 이날 토론에서 초고가 주택 기준을 놓고 지역의 한 교수가 ‘전국 주택 평균 가격이 5억 원이니, 그 두 배인 10억 원으로 하자’고 했더니 이 대통령과 다른 토론자 입에서 ‘30억’ ‘50억’ 얘기가 나왔을 때는 심한 박탈감마저 들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이미 고사 직전의 위기다. 단적인 예로 부산만 해도 지난 5월 기준 미분양 주택이 8292가구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방 건설사들은 시장 침체로 제 사업은 펼치지도 못하고 공공 공사에만 목을 매고 있다. 그마저도 출혈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계 상황에 도달한 지역 건설사들 도산이 현실화됐다. 지방 건설사가 이웃 지역을 넘보는 일도 흔해졌다. 상황이 이런데, 이번 토론을 전후해 서울 집값을 잡으려면 수도권에 공업지대나 상업지까지 풀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제안들이 쏟아졌는데, 딴 나라 얘기를 듣는 심정이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망가지고, 온갖 대책이 통하지 않는 근본 원인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비정상적인 격차 때문이다. 이 대통령도 “인구 절반과 경제력의 60%가 수도권에 몰린 상황이 해소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부동산 대책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맞춘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서울 집값을 잡아야 하지만, 지방도 살려야 한다. 그게 균형발전이다. 벌써 걱정되는 일은 불똥이 지방에 튀는 경우다. 이날 토론은 세제 개편 중심이었는데, 세제 대책이 전국에 일률적으로 시행돼 지방에만 독이 된 경우가 적지 않다. 금융과 정책 규제가 자금 가뭄에 시달리는 지방 부동산 시장 물꼬를 막는 일도 걱정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지방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를 열 생각을 왜 안하는지 이유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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