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2026-10-14 18:32:16
전재수 부산시장이 지난달 30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문화예술정책 타운홀미팅’에서 퐁피두와 라스칼라 공연 등 현안에 대한 찬반 토론을 듣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시가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뜨거운 감자였던 ‘퐁피두 센터 부산분관’ 유치와 부산오페라하우스 ‘라 스칼라 초청공연’을 전격 철회하면서 지역 문화예술계는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를 동시에 내고 있다. 특히 부산오페라하우스는 개관 공연의 핵심 콘텐츠가 무산되면서 조속히 대체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부산시가 14일 발표한 이번 철회 결정을 두고 지역 문화예술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두 사업 모두 지역 예술인을 소외시켰다는 공통된 지적을 받아온 만큼, 이번 결정을 반기는 기류가 더 강하다. ‘퐁피두 분관 반대 부산 시민·사회·문화대책위원회’ 공동 대표인 옥영식 원로 미술평론가는 “2022년부터 이어져 온 퐁피두 반대 운동이 일단락되어 감개무량하다”며 “이제라도 부산시가 올바른 판단을 내려 반갑다”고 전했다.
다만 철회 결정 이후의 후속 행보를 두고는 분야별로 미묘한 시각 차이가 나타난다. 미술계에서는 이번 퐁피두 철회를 계기로 ‘이기대 예술공원 사업’ 역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퐁피두 철회 명분과 마찬가지로, 국가지질공원인 이기대의 자연환경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훨씬 타당한 만큼 어떠한 영구 시설물도 들어서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당장 내년 개관을 앞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혼란이 더욱 크다. 100억 원대에 달하는 예산 타당성을 둘러싼 반발과 별개로,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인 ‘라 스칼라’의 노하우를 습득할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도 제기된다.
부산그랜드오페라단 안지환 단장은 “라 스칼라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정명훈 지휘자가 부산에 머물 때, 라 스칼라 극장과의 공동 제작 방식으로 이번 기회를 살렸다면 지역 오페라계의 역량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기대가 분명 있었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반면 부산시오페라단연합회 장진규 회장은 “언젠가 라 스칼라를 초청할 수도 있겠지만, 정작 부산의 콘텐츠가 빠진 공간에 그들을 부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입장 차이는 있지만, 오페라하우스 개관을 연기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개관 공연의 핵심이었던 라 스칼라 초청이 무산된 데다 개관까지 남은 시간이 1년도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졸속 개관보다는 차라리 시기를 미루더라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시 역시 개관 페스티벌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1년 미뤄 2028년에 진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부산의 한 오페라 관계자는 “새로운 개관 페스티벌 일정에 맞춰 창작 오페라 제작부터 단원 정식 채용까지 정교한 마스터플랜이 나와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부산시가 지역 예술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