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공포… "그가 온다…그가 우리를 발견했다"

2016-06-13 19:08:02

12일(현지 시간) 미국 시애틀의 한 공원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며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게 무슨 음악일까 하는 궁금증이 드는 순간 옆 사람이 쓰러졌다."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던 12일 오전 2시께 미국 올랜도의 나이트클럽 '펄스'는 300여 명이 흥청거리고 있었고 옆 사람의 대화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음악도 커진 상태였다.

클럽 안 300여 명 아수라장
정치적 파장 예측 불허
美 대선 새로운 쟁점 부상

용의자 아프간계 미국인
IS 동조자로 수사선상 올라

■공포영화가 현실로


한 목격자는 "총격범의 손에 들린 총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 총성이 음악인 줄 알았다"며 "한 남성이 쓰러지는 모습을 본 다음 곧바로 밖으로 달아났다"고 말했다.

출동한 경찰이 나이트클럽 주변을 봉쇄하는 사이 건물 안에서는 질식할 듯한 공포가 이어졌다. 미처 출구를 찾지 못한 이들이 화장실 등 숨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들어갔다. 한 여성은 "아들로부터 화장실에 숨어있다는 문자메시지가 왔지만, '그가 온다'는 문자가 왔고, '그가 우리를 발견했다'는 문자가 마지막이었다"며 자신의 아들이 끝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5시께 경찰은 진압작전을 결정해 경찰특공대를 진입시켜 총격전이 시작됐고, 오전 6시께 경찰은 총격범 1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대선 쟁점으로 부각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이 미국 대선정국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성격과 원인이 어떻게 규정되느냐에 따라 정치적 파장이 전혀 다른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는 게 워싱턴 정가 소식통들의 관측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실정을 부각시키는데 안간힘을 써온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로서는 정치적으로 이득을 노릴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급진 이슬람 테러주의자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 옳았다고 축하하는 지지자들에 대해 "감사한다"며 "나는 축하를 원하지 않는다. 나는 강인함과 경각심을 원한다. 우리는 현명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실질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현 정부의 테러대응 체계에 큰 허점을 드러낸 이번 사건이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은 '총기규제론'으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크다. 무분별하게 총기 판매와 소지를 허용한 것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 주요한 원인이 됐다는 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용의자는 누구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오마르 마틴(29·사진)은 특별한 전과기록이 없었으나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IS 동조자로 의심받아 수사선상에 올라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범행 전 항상 살인을 언급하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틴과 함께 보안업체 G4S에서 일했던 전 직장동료는 "사건이 충격적이지 않았다. 곧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마틴은 항상 사람을 죽이는 얘기만 했다"고 말했다.

마틴의 가족이 이슬람 종교와 관계된 정황도 속속들이 전해지고 있고, 마틴은 전 부인에게 수시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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