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작자들의 스토리 창작을 돕는 '디지털 스토리텔링 저작지원 소프트웨어 시대'가 우리나라에서도 2막을 연다.
국내 최초의 디지털스토리텔링 지원도구 '스토리헬퍼'가 나온지 약 3년 여 만에 후속작인 '스토리 타블로'가 론칭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앞으로는 텍스트 뿐 아니라 이미지를 활용한 손쉬운 시나리오 저작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 '스토리헬퍼' 론칭 3년 그 후…후속작 '스토리 타블로'로 업그레이드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의 비영리 공익재단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사장 윤송이)은 7일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스토리 타블로' 제작발표회를 갖고, 내년 봄 이 소프트웨어(SW)를 정식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콘텐츠 창작 인프라 강화를 위한 사회공헌 차원으로, 전작에 이어 '스토리 타블로' 역시 무료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스토리 타블로'는 이미지 기반의 사용자 참여형 시나리오 저작도구로, 사용자가 이미지를 활용해 스토리를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쓸 수 있도롭 돕는 SW다. 최종적으로는 웹 기반 다수의 사용자가 참여하는 협업형 창작도구를 지향한다.
국내 스토리텔링 저작도구는 현재까지도 엔씨소프트문화재단과 이화여대 디지털스토리텔링연구소 공동개발한 '스토리헬퍼(2013)'가 현재까지 유일한 SW로, 이미지 저작기술 및 사용자 협업형 콘텐츠 저작 기술을 활용한 스토리 저작도구 역시 전무한 상태다.
이에 재단과 연구소는 원형 이미지 DB, 장면간 추천과 연결을 기반으로 자동화된 창작 프로세스를 지원하고, 사용자 협업과 공유가 가능한 시스템을 제공하는 '스토리 타블로' 개발에 착수했다.
이 작업에 참여한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는 "'스토리 타블로'는 자동화된 창작 프로세스에 기반한 스토리텔링 저작의 대중화, 표준화를 지향한다"며 "'스토리 타블로' 활용을 통해 기획 및 창작에 소요되는 인력, 시간, 비용을 단축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등 콘텐츠 및 영상산업이 발달한 국가에선 관련 상용 프로그램을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에미상 수상작의 80%가 '드라마티카 프로4.0'을 사용했으며, 이 외에도 '스토리 크래프트', '스토리 빌더' 등 십 여가지 이상의 상용화 툴이 있다.
◆ 내년 봄 정식 출시…"스토리텔링 표준화 통한 시간 등 최소화"
우리나라에서도 보급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관련 연구개발 활용은 미진했다. 이런 가운데 이화여대 디지털스토리텔링연구소가 엔씨소프트의 '스프링노트' 기반 기술을 활용해 국내외 1천500여 편의 영화를 DB화해 200여개의 스토리 모티프와 12만여개의 DB 요소를 구축해 낸 것이 '스토리헬퍼'였다.
후속작인 '스토리 타블로'는 여기에서 한 단계 발전, 캐릭터 시뮬레이션과 장면 매니지먼트, 사용자 협업 시스템 등 3단계의 저작 프로세스를 지원한다.
SW 내에 담겨 있는 영화 DB로부터 스토리 창작의 핵심이 되는 캐릭터와 플롯의 원형적 표상을 추출하고, 사용자들은 사례기반추론 모델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완성해 나갈 수 있다.
특히 전작인 '스토리헬퍼'가 2013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올 10월까지 누적 가입자수 2만1천862명, 월 평균 유니크 사용자 500명을 웃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토리 타블로'에 대한 사용자 니즈는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및 한국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한국방송작가협회 소속 작가는 2천758명, 산업체에 소속된 영화 시나리오 작가는 90명이다. 이는 곧 전문작가들 외에도 평소 스토리 창작에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들까지 흡수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헐리우드 작가 교육과정에서 '틀에 박힌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한다"면서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89편 희곡들도 비슷비슷한 플롯(plot)에서 시작한다. 여기에 자기만의 문체와 언어, 독창적인 캐릭터 등을 담아내면 독창적인 이야기로 발전되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스토리 타블로'가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와 전개 방식을 만들어내긴 어렵겠지만, 산업적인 환경 안에서 작가 개개인이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툴"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이재성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전무는 "'스토리헬퍼'가 창작활동의 저변 확대와 이야기 구성의 질을 높였다면 '스토리타블로'는 스토리텔링의 착상부터 대중화를 일궈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토리타블로'는 기본적으로 무료로 제공되지만 장르별 특화 추가 DB 등은 유료 판매된다.
류세나 기자 cream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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