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없어 문 닫을라" 부산 기업 4만 곳 '발등의 불'

애써 키운 회사 물려줄 사람 없어
승계 문제 끙끙 앓는 지역 기업들
시·상의·중기청·기보·BNK 등
M&A로 사업 승계 ‘전방위 지원’
유망 기업 발굴·성장 체계 시동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2026-05-18 18:37:49

사상공단 부산 사상구 사상공단 일대 전경. 부산일보DB 사상공단 부산 사상구 사상공단 일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업체 A사는 대표가 60대 중반에 접어들고 아내가 암 투병을 하면서 경영을 계속할 수 없게 됐다. 장성한 자녀가 둘이었지만 모두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어 기업 승계에 손사래를 쳤다. 폐업을 하게 되면 생산 인력과 공들여 쌓은 사업 노하우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게 뻔했다. 다행히 A사는 기술보증기금의 ‘M&A 지원센터’를 통해 사업을 승계해 매각할 수 있었다.

부산 지역 제조업 경영자의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후계자 없이도 기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인수합병을 지원하는 민관 협력 체계가 부산에서 시동을 건다. 단순한 승계를 넘어 지역 기업의 안정적인 세대 교체와 산업구조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는 18일 부산중소벤처기업청, 기술보증기금, BNK부산은행과 ‘부산 중소기업의 지속 경영을 위한 M&A(인수합병) 활성화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은 후계자가 없어 승계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중소기업의 M&A를 활성화하기 위해 총 200억 원 규모 정책자금을 조성해 인수 자금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부산시는 2.0% 이차보전을 지원하고, 부산상공회의소는 부산중소벤처기업청과 함께 수요 기업 발굴과 홍보를 맡는다. 기보는 M&A 유형별 특화 보증상품을, BNK부산은행은 10억 원 특별 출연과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M&A는 친족 승계가 여의치 않은 중소기업이 경영을 이어갈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12월 ‘M&A를 통한 중소기업 승계 활성화 기반 조성 방안’을 발표하고, 기보 ‘M&A 지원센터’를 통해 매수-매도 기업 매칭 등 종합 지원에 나선 배경이다.

국내 중소기업 CEO의 고령화는 전체 인구의 고령화 속도보다 빠르다. 2012년부터 2023년까지 제조 중소기업 CEO 중 60세 이상 비중은 22.7%P(14.1%→36.8%) 급증해 전체 인구 중 증가 폭(10.7%P)를 크게 웃돌았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2년 통계를 토대로 추정한 수치를 보면 부산의 경우 후계자가 없는 중소기업은 4만 449개로, 지역 전체 중소기업의 27.9%를 차지한다.

문제는 기업 승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폐업이 늘어나고 고용 충격과 지역경제 위축 등 연쇄적인 파급 효과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승계 문제에 발목이 잡힐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더 크다. 최근 부산의 반도체 소부장 기업 리노공업이 대규모 블록딜(부산일보 4월 28일 자 2면 등 보도)에 나선 것을 두고 창업 1세대의 승계 단절과 기업 성장의 정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역에서는 민관이 함께 나선 이번 협력 체계가 승계 공백을 완화하고 기업 발굴과 금융 지원,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김봉철 디지털경제실장은 “민관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유망 기업을 적극 발굴해 육성하고,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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