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업무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 故 이모 PD(28)의 유가족이 CJ E&M의 공식 사과와 드라마 제작 환경 개선 및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했다.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1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입장발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대책위원회는 이 PD가 학창 시절때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이 PD의 모친은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렸던 아들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사람이 얼마나 없으면 A부터 Z까지 모든 일들을 다 시키나. 신입이라고 마음대로 시켜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조직 문화는 직원을 갉아먹고 비참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도 최소한 인간에 대한 예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들한테 웬만하면 그냥 나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드라마 자체가 따뜻한 감성을 나누는 콘텐츠였기 때문에 설마했다”며 “하지만 그때 당시 말리지 못했던 것이 죄책감으로 다가온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CJ E&M을 가리켜 “그들은 괴물이었고 인간의 정서를 따뜻하게 움직이는 콘텐츠를 만드는 곳임에도 가장 비인간적이고 야비했다”며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한 인간의 생명은 소중하지 않았고 그런 사람들이 인간의 따뜻함을 다루는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젊은이들은 또 열악한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며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그가 던지려했던 메시지가 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혼술남녀' 조연출을 맡았던 이 PD는 드라마 종영한 이튿날인 지난해 10월 26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채 발견됐다. 이에 이 PD의 유족은 촉박한 드라마 제작환경, 장시간 노동 및 과도한 업무 부여, 언어 폭력과 인권침해 등의 강압적인 조직 문화로 인해 고인이 죽음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김상록 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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