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첫 사극 도전 이선균, '동네 형' 아니라 임금님입니다

2017-04-20 19:08:26

데뷔 16년 만에 첫 사극에 도전한 배우 이선균이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서 직접 발로 뛰며 사건을 수사하는 유쾌한 임금으로 변신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왕이 등장했다. 깐깐하게 무게 잡는 '허당파' 군주가 아니라 직접 발로 뛰는 '행동파' 임금이다. 오는 26일 선보이는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서 주인공을 맡은 이선균이 그렇다. 극 중 조선의 임금 예종으로 분한 그는 사서삼경보다 해부학을 즐겨 보고 궁궐보다 사건 현장을 흥미로워하는 유쾌한 인물. 저잣거리에 나가 잠행을 즐기는가 하면 직접 부검하면서 미국 드라마 CSI의 반장 못지않은 능한 과학수사를 벌인다. 특히 한 번 본 것은 무엇이든 기억하는 신입사관을 '오보'(五步)란 애칭으로 부르면서 군신관계가 아닌 동네 형과 같은 친근한 모습도 보인다.

코미디와 사극 장르를 버무린 이번 작품에서 이선균은 데뷔 16년 만에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했다. 그간 맡았던 캐릭터에서 코믹한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일까. 마치 몸에 딱 맞는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스크린 속 모습이 낯설지 않다. 하지만 욕먹을 각오를 할 정도로 첫 사극 도전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는데 그 이유를 들어봤다.

근엄하게 지시 내리는 군주 대신
직접 발로 뛰는 '행동파' 임금
신문물 관심 '얼리어답터' 기질도

사극·현대극 말투 쓰며 '차별화'
안재홍과 티격태격 '케미'도 기대

분명히 임금님은 맞는데…
■'낮엔 임금, 밤엔 탐정' 이중생활 즐겨

이선균은 이번 작품에서 현대적 매력을 입힌 임금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코미디와 사극을 버무린 퓨전사극인 만큼 자세부터 말투까지 기존 사극 속 임금의 모습과 차별화하기 위해 다양한 도전에 나선 것. 특히 사극과 현대극 말투를 번갈아 쓰면서 '낮에는 임금, 밤에는 탐정'이란 이중생활을 즐겼다. "사극이 처음이라 모든 것이 낯설었어요. 최대한 사극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고 했어요. 최대한 삐딱하게 보이려고 노력했죠. 그렇다고 너무 벗어나면 안 되니까 그 중간을 맞춰야 했어요. 그 점이 제일 힘들었어요."
사서삼경보다 해부학책 탐독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을 숱하게 보면서 이런 고민의 '해법 찾기'에 나섰다고. 그러면서 "기본적인 사극 요소를 파악해서 캐릭터가 혼자 튀지 않게 나름 파악했고 이후엔 '인물의 관계'를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고 털어놓는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많이 믿고 의지하는 예종과 이서를 소설 '돈키호테' 속 주인공과 산초처럼 그리고 싶었다고 귀띔한다. 이선균은 "근엄하게 지시를 내리는 것보다 궁금한 것은 직접 알아보고 풀어나가는 예종의 모습에서 꿈을 좇는 엉뚱한 임금의 모습을 봤다"며 빙긋 웃는다.
탐정 뺨치는 과학 수사에…
■예종은 신문물 관심많은 '얼리어답터'

캐릭터에 대한 무한 애정도 드러낸다. 스크린 속 예종은 추리력은 물론 무예실력까지 뛰어나고, 신문물에 관심이 많아 새로운 현상을 빨리 이해하는 능력도 갖췄다. 요즘으로 치면 '얼리어답터'. 그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였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가 유쾌한 임금으로 완벽 변신할 수 있었던 건 안재홍과의 호흡도 한몫했다. 둘은 '쿵' 하면 '짝'할 정도로 찰떡 호흡을 보여주는데,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생각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하지만 처음에는 궁합이 맞지 않아 한참 애를 먹었다고. 그래서 "안재홍과 하루 종일 술을 마시기도 하고 잠도 같이 자면서 많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최대한 상대 배우와 호흡을 잘 맞춰 그들을 빛나게 해주고 싶다"며 살며시 웃는다.
코믹한 반전 매력까지!
인터뷰 말미, 이선균은 '웃음'과 '힐링' 두 단어로 내세운다. 색다르게 그려낸 임금을 통해 관객들이 영화관을 나설 때 큼지막한 선물 보따리를 받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러면서 "흥행이 잘돼 속편 제작으로 이어졌으면 좋겠고 나아가 다음 작품에선 이번보다 더 여유로운 임금의 모습을 그리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은연중 곁들인다.

남유정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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