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4-12-08 18:15:34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 정족수 미달로 폐기되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부결되면서 국민의힘에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 특검법 표결(부결 당론) 후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 전략을 강행하면서다. 여당 원내지도부 줄사퇴와 민주당의 내란 동조 비판에 직면한 여당 입장에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7일 열린 본회의에는 김 여사 특검법과 윤 대통령 탄핵안이 차례로 상정됐다. 김 여사 특검법은 부결로, 윤 대통령 탄핵안은 의결 정족수 미달로 폐기됐다. 우선 김 여사 특검법은 무기명 비밀 투표 결과 재석 의원 300명 중 찬성 198표, 반대 102표로 집계됐다. 야당 의원 192명 모두가 찬성표를 던졌을 경우에 여당 의원 108명 중 6명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6표의 이탈 표가 나온 것으로 계산되지만, 김 여사 특검법은 가결 요건인 200표(재석 의원 3분의 2)에 미치지 못해 부결, 자동 폐기됐다. 여당 이탈 표 6표를 두고는 비상계엄 사태 속 윤 대통령 탄핵안과 김 여사 특검법을 동시에 무산시키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탄핵안에는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국민의힘 의원 105명은 끝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표결 시작 이후 3시간 동안 기다리며 여당 의원들의 표결 참석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원총회 회의장에 모인 채 투표를 거부했다. 다만 이중 국민의힘 안철수·김상욱·김예지 의원은 본회의장에 들어와 투표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안은 의결 정족수가 5명 부족해 개표도 하지 못한 채 ‘투표 불성립’이 선언됐다. 탄핵안은 재적의원(300명) 중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해야 가결되는데 재적의원 기준을 채우지 못해 폐기된 것이다. 전날 탄핵안 표결에 참석한 안 의원과 김예지 의원은 찬성표를, 김상욱 의원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욱 의원의 경우 표결 직후 기자에게 “윤 대통령이 대통령 자격이 없다 생각하지만, 당에 소속된 몸이기 때문에 당론에 따라 탄핵안에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 105인을 언급하며 ‘내란수괴 윤석열 편에 선 부역자’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8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 108명 중 안철수 의원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고 당론에 따라 퇴장했던 김예지, 김상욱 의원은 다시 돌아와 표결에 참여했다”며 “나머지 105명의 의원들은 이름을 불러도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국민 요구에도 자기들끼리 모여 앉아 눈감고 귀 막고 머리까지 모래에 처박은 꼴”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매주 토요일 탄핵안 표결 방침과 함께 촛불집회를 전폭 지원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에 앞으로 전국 곳곳에서 윤 대통령 퇴진과 여당을 비판하는 대규모 집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여권 위기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 등도 사퇴 의사를 밝히며 원내 지도부도 대통령실처럼 곳곳에 구멍이 뚫린 상태다.
등 돌린 국민 여론에 여당 의원을 향한 국민들의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문자 폭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클릭만 하면 자동 문자 완성 기능이 탑재된 ‘문자 보내기 홈페이지’ 링크가 곳곳에서 퍼지면서, 하루에 수백 통의 항의 문자가 쏟아진다는 게 여당 의원 보좌진들의 설명이다.
한편, 경찰은 시위대의 돌발 행동에 대비하기 위해 이날 여의도 국회 앞에 있는 국민의힘 당사 건물에 오물 투척 방지망을 설치하기도 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