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EES‧ETIAS 시행, 일러도 2027년에나 가능 [트래블 tip톡] ㉑

11월 시행 예정 디지털입출국시스템
EU, 각국 반발로 내년으로 재차 연기
법 개정 필요…최소한 2년은 더 걸려

비자 면제 대상 비EU 국가 여행객들
인터넷 사전 입국 등록 제도인 ETIAS
EES 6개월 이후에나 가능…자동 연기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2024-12-26 07:40:00

유럽연합(EU)이 2025년 중에 시작하기로 했던 ‘디지털입출국시스템(EES)’과 ‘EU 입경 사전 등록‧허가제(ETIAS)’ 시행이 다시 연기돼 아무리 일러도 2027년, 또는 그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의 EES, ETIAS 도입이 일러도 2027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투데이 유럽연합(EU)의 EES, ETIAS 도입이 일러도 2027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투데이

■EES 시행 연기

25일 유럽 각 언론 보도에 따르면 EU는 6000자 분량의 ‘EES 단계적 도입안’을 공개했다. 각국 반발 탓에 EES의 내년 시행이 불가능한 만큼 단계적으로 서서히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EU가 내놓은 단계적 도입안은 ‘각국은 EES 도입 첫날 최소한 1개 이상의 국경에서 EES를 시행한다’라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이어 ‘비EU 출신 국가 방문객 중에서 최소한 10% 이상의 정보를 수집해야 하며, 6개월 동안은 방문객 여권에 (종전처럼)스탬프를 찍어야 하며, 혼란이 일어나거나 기술적 결함이 발생할 경우 EES 도입을 잠정 중단해야 하며, 과도한 대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얼굴 사진과 지문 수집 절차를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단계적 도입안이 실제 시행되려면 EU 법률을 바꿔야 하므로 EU 집행위원회와 의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실제 시행은 한참 미뤄질 전망이다. 프랑스 통상부 고위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일러도 2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U IT분과위원회는 내년 1월 31일까지 ESS 시행 새 일정안 등을 담은 로드맵을 내놓을 방침이다.

유럽연합(EU) 인터넷 홈페이지의 EES, ETIAS 안내 화면. 인터넷 캡처 유럽연합(EU) 인터넷 홈페이지의 EES, ETIAS 안내 화면. 인터넷 캡처

EU는 2017년부터 EES 도입을 준비해 왔지만 일정을 세 차례나 미루다 지난 11월 10일로 날짜를 잡았다. 하지만 EU는 이 날짜마저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EES 홈페이지에는 ‘2025년 시행 예정’이라고 적혀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EES 시행이 자꾸 미뤄지는 것은 준비 부족과 여러 나라의 우려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서 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프랑스 등 3개국이 가장 심하게 반대한다.

EES를 도입할 경우 입국 심사 절차가 길어져 대기 줄이 늘어나고, 직접 심사 절차를 등록하지 못하는 방문객이 많아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우려다. 한 사람의 입국 심사를 처리하는 데 적어도 4~5분, 길면 10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정체가 발생할 경우 상당수 승객이 공항 도착 이후에도 항공기에서 내리지 못하고 기내에서 장기간 대기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공항연합’은 “현재 준비 상황을 고려하면 아무리 서둘러도 2025년 가을 이후에나 EES가 시행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그러면서 “합리적으로 판단할 경우 최소한 2년은 걸릴 것”이라고 덧붙인다.

EES는 ‘입국(entry) 출국(exit) 시스템(system)’의 약자다. EU 회원국이 아닌 나라의 국민이 솅겐조약 가입국 국경을 통해 입국할 경우 입국심사대에서 직접 얼굴 사진을 찍고 지문을 등록하는 제도다. 직접 등록을 마친 방문객은 심사대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등록 사실을 확인받아야 한다. 과거에는 입국심사대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 여권에 입국 허가 도장을 찍어 줬지만 EES가 시행되면 도장은 없어진다.


■ETIAS는 자동 연기

ETIAS는 EU 비자를 면제받는 비EU 국가의 18~70세 국민이 90일 이내 기간 동안 EU에 체류하려면 입국 전에 미리 ETIAS 인터넷 사이트에서 등록비를 내고 입국 사전 등록을 하는 제도다. 한 번 등록하면 3년간 효력이 유지된다. ETIAS 등록은 당사자기 직접 해도 되지만 여행사나 친구, 가족이 대신 해도 무방하다.

EES가 연기되면 ETIAS는 자동적으로 연기될 수밖에 없다. ETIAS가 제대로 운용되려면 EES가 시행돼야 하는 게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달 초 열린 EU의 EES 관련 회의에서 한 참석자는 “EES가 시행되면 6개월 이후에나 ETIAS가 시행될 수 있다. 두 시스템은 2027년에나 상호 운용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 31일까지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 그러면 언제 시행할지 날짜를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TIAS 인터넷 한글 홈페이지 화면. 인터넷 캡처 ETIAS 인터넷 한글 홈페이지 화면. 인터넷 캡처

ETIAS의 취지는 비자 없이 EU에 들어올 수 있는 외국의 관광객이 입경 이전에 인터넷으로 여행 내용을 등록함으로써 누가 들어오고 나가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EES와 ETIAS가 제대로 시행되면 누가 EU에 출입국하는지 사전, 사후에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불법체류자 방지와 함께 테러 등 각종 범죄 발생 예방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게 EU의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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