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30주년 행사 앞두고 프로그래머 잇단 사직

박도신 부집행위원장 사퇴 이어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도 떠나
한 달 사이 9명→6명으로 줄어
‘조직 슬림화’ 계기라는 분석도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2025-03-25 20:01:00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핵심 인력인 프로그래머가 이달 들어 잇따라 퇴사한다. 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앞 전경. 부산일보DB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핵심 인력인 프로그래머가 이달 들어 잇따라 퇴사한다. 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앞 전경. 부산일보DB

정한석 신임 집행위원장 체제로 새 출발하는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프로그래머 인원 2명이 줄게 됐다. 당장 9월 17일 개막하는 제30회 BIFF 준비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조직 슬림화 등 혁신과 재정비 기회가 될 거란 시각도 있어 향후 조직 개편 방향에 이목이 집중된다.

BIFF 프로그래머는 이달에만 2명이 자리를 이탈한다. 우선 지난 7일 박도신 전 부집행위원장이 BIFF를 떠났다. 박 전 부집행위원장은 북미와 유럽 등 영어권 영화 담당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면서 지석영화연구소장까지 맡고 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개인 사유를 이유로 그만둔다는 얘기를 해 온 터라 내부 충격은 크지 않은 분위기다.

뒤이어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가 그만둔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남 수석은 이미 이달 중순 홍콩 출장길에 해외 영화계 인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귀국 후 지난주에는 부산에서도 지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영화인들이 많이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남 수석의 이탈은 BIFF 내부에서도 다소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2009년부터 영화제와 함께한 남 수석은 2019년 수석 프로그래머 자리에 오르며 그간 상영작 선정에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다.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동시에 공석이던 2023년 제28회 BIFF 땐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영화제 전면에 나서 행사를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갑작스럽게 알려진 남 수석의 퇴직을 두고 신임 집행위원장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집행위원장이 된 후배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결단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남 수석은 영화 전문지 〈씨네21〉 기자와 편집장을 지내다 합류했고, 같은 잡지 기자를 하던 정 집행위원장은 10년 뒤인 2019년 BIFF에 프로그래머로 합류했다. 이때 정 집행위원장을 추천한 사람이 남 수석이다.

남 수석은 이런 추측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자와 통화에서 “오랫동안 BIFF 일을 한 만큼 이제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한 지 꽤 됐다”며 “시기를 보고 있었는데, 지금이 적절할 것 같아 관두게 됐다”고 말했다.

두 명의 프로그래머 퇴직과 별개로 신임 정 집행위원장도 한국 영화 전담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정 집행위원장이 프로그래머를 병행하지 않는 이상 한국 영화 프로그래머는 공석으로 남게 된다.

한 달 사이에 9명이던 프로그래머가 실제 6명으로 준 셈이 되면서 인력 보강 필요성이 제기된다. 영화제 개막이 지난해보다 보름이 앞당겨진 데다 경쟁 부문 신설이라는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원 보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조직 슬림화로 가는 변화의 계기가 자연스레 형성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한 영화계 인사는 “BIFF 30년이 내실을 튼튼히 한 기간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조직이 비대해진 면도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BIFF 혁신위’가 5개월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낸 성명서에서도 ‘혁신 작업의 중단 없는 수행’ ‘엄정한 업무 진단을 통한 조직 개편’을 당부하기도 했다.

BIFF 박광수 이사장 역시 지난해 취임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조직 재정비에 대해 언급해 온 것도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한 BIFF 관계자는 프로그래머 이탈 상황에 대해 “인원이나 직책을 반드시 기존처럼 유지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 아닌 만큼, 여러 선택지를 두고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1일 임기를 시작한 정 집행위원장은 해외 출장을 끝내고 25일 영화의전당 BIFF 사무국에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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