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 2025-06-23 17:58:56
요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를 두고 ‘화수분 야구’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롯데로서는 엄청난 자부심이다.
그간 롯데는 봄에만 잘한다고 해서 ‘봄데’, 하위권을 전전한다고 해서 ‘꼴데’ 라는 치욕적인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가장 큰 이유는 허술한 대체 자원 때문이었다. 주전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 등으로 빠지면 그 자리를 메꿔주는 선수들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금 부상병동이다. 지난해 롯데 ‘젊은피’의 핵심이었던 ‘윤나황손(윤동희 나승엽 황성빈 손호영)’이 모두 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 그 빈자리를 채웠던 장두성도 부상으로 빠졌다.
하지만 롯데의 분위기는 예전과 완전 다르다. 전준우, 정훈 등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고, 신인들이 기대 이상을 역할을 하면서 ‘부상병동’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중견수에 김동혁이 새롭게 등장했고, 내야에는 ‘복덩이’ 전민재가 여전히 건재하다. 군대에서 얼마전 돌아온 한태양도 내야 한 자리를 차지했다. 포수는 신인 박재엽이 깊은 인상을 남기며 1군에 머물고 있다. ‘화수분 야구’의 롯데는 반환점을 넘긴 현재 ‘봄데’도 ‘꼴데’도 아닌 선두와 2경기 차의 근소한 3위를 유지하고 있다.
강팀으로 거듭나고 있는 롯데의 중심에 베테랑 김민성(37)이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12일 키움 히어로즈전을 마지막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면서 줄곧 2군에만 머물렀다. 지난 시즌 개막 후 35경기 타율 0.200(70타수 14안타) 홈런 2개 8타점으로 타격 슬럼프에 빠졌던 데다 고승민, 손호영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입지도 좁아졌다. 올 시즌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지난해와 다름 없었다. 김민성은 올 시즌을 대비한 1군 스프링캠프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주축’ 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제 김민성은 롯데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윤나황손’이 빠진 현재 1.5군과 신인 선수들을 이끌고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등 팀의 중심이 됐다. 김민성은 올 시즌 50경기에 나서 타율 0.244(124타수 30안타) 홈런 2개 19타점을 기록하며 롯데의 3루를 책임지고 있다.
김민성의 진가는 기회에 강하다는 것. 22일 사직 삼성전이 그렇다. 이날 롯데는 선발 투수 박세웅이 3회까지 6실점으로 무너지면서 7회초까지 3-6으로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롯데는 7회말 무려 ‘6득점’으로 빅이닝을 만들며 9-6 역전에 성공했다. 기분 좋은 4연승도 이어갔다.
김민성의 날이었다. 그는 2회 추격의 시발점을 마련한 1타점 2루타를 쳤고, 7회에는 5-6으로 뒤지는 주자 만루 상황에서 싹쓸이 3타점 결승 역전타를 터뜨렸다.
김민성은 지난 14일 인천에서 열린 SSG와의 경기에서도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선제 솔로 홈런을 포함해 쇄기 타점까지 만들어내며 4-2로 승리, 롯데의 3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민성은 “우리 선수들 정말 대단하다. 내가 결승타를 치긴 했지만, 모두 동료 선수들이 만들어 준 것이다”며 “고참이 될수록 압박감이 있다. 어린 선수들 같은 기다림이 없다. 매순간 좋은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성은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부상은 당하지 않는 게 제일 좋다. 아마 (2군에 있는)선수들도 지금 TV를 보면서 느끼는 게 있을 거다. 나도 그 마음을 딛고 지금 주전으로 도약했다”면서 “아마 기존 선수들이 돌아오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더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한편, 22일 삼성전에서 롯데 세 번째 투수로 나선 윤성빈은 7회초를 삼자 범퇴로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만년 유망주인 윤성빈이 1군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