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 2025-12-30 16:28:22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박대준 전 쿠팡 대표. 연합뉴스
국회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연석 청문회를 열고 책임 추궁에 나섰지만, 창업주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이번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핵심 증인의 반복된 불출석과 미흡한 보상안을 둘러싸고 국회 차원의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지는 모습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30일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전반을 점검하기 위한 연석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번 청문회는 과방위를 중심으로 국토교통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등 6개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회는 31일까지 이틀간 청문회를 이어간다.
쿠팡 창업주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포함한 핵심 증인들은 해외 체류를 이유로 이날도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김 의장은 앞선 청문회에서도 같은 사유로 불출석했다. 이에 따라 이날 청문회에는 박대준 전 쿠팡 대표와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 등만 증인석에 앉았다.
의원들은 김 의장의 불출석을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사건의 최종 책임자이자 쿠팡의 의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김 의장이 오늘도 출석하지 않았다”며 “국회와 우리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불손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용우 의원도 “대한민국과 국민을 대하는 쿠팡의 행태는 파렴치한 수준 그 이상”이라고 비판했다. 김영배 의원은 “쿠팡이 제대로 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며 “몽둥이가 모자란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는 쿠팡이 정부 조사와 별도로 자체 발표한 개인정보 유출 조사 결과를 두고도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른바 ‘정부 패싱’ 논란과 함께 유출 규모와 경위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보고서에서 “3300만 개 계정에 접근이 있었으나, 범인이 실제로 저장한 데이터는 약 3000건에 불과하다”고 밝혔지만, 정부 측은 해당 조사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겸 부총리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경찰청, 민관합동조사단에서 3300만 건 이상의 이름과 이메일이 유출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추가로 배송 주소록, 주문 내역 등도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전날 발표된 쿠팡의 고객 보상안도 청문회 도마에 올랐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게 5만 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용우 의원은 “낮은 보상 수준은 둘째치고 판촉 행위에 불과한 이런 꼼수에 또다시 국민 공분을 야기하고 있다”며 “경영진이 국회에 출석해 책임 있는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밝혀야 함에도 국회 밖, 대한민국 밖에서 소나기 피하기식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보상안이 부실하다는 지적에 대해 “저희 보상안은 약 1조 7000억 원에 달한다”며 “이는 전례가 없는 보상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국민 염장 지르는 식의 무능력·무공감 대책”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장에 대한 추가 출석 요구와 함께 고발 조치, 국정조사 추진 등 가능한 모든 법적·행정적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묻겠다는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문회와 별도로 쿠팡 사태와 관련한 국정조사 추진 방침도 밝혔다. 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진상이 많아 국민의힘과 함께 협조해 국정조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연석 청문회 대신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이번 청문회에는 불참했다. 핵심 증인의 반복된 불출석과 공방이 이어지면서, 쿠팡을 향한 국회의 압박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