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 2026-02-22 10:07:1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1000억 달러(약 145조 원)를 넘을 수도 있다”며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반도체 산업이 급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5회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환영사에서 작년 12월 500억 달러, 올해 1월 700억 달러로 예상됐던 시장 전망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는 1000억 달러의 손실이 될 수도 있다”라며 변동성이 큰 AI 메모리 시장의 특성을 경계했다.
그는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16단 적층 HBM 4세대를 ‘괴물 칩(monster chip)’이라 지칭하며 “가장 진보된 기술”이자 “우리 회사에 진짜 큰돈을 벌어다 주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AI 기업들의 수요 폭증에 따른 부족 현상(shortage)을 지적하며 “HBM의 마진은 60%인데, 일반 칩의 마진은 80%로 이것이 하나의 왜곡(distortion)”이라고 분석했다. AI 인프라가 메모리 공급을 흡수하면서 발생하는 시장 불균형을 지적한 것이다.
산업 생태계의 변화와 관련해 최 회장은 “PC 회사나 스마트폰 제조사들조차 예전만큼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아마도 사업을 접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부족 현상이 세계의 산업 구조를 완전히 다르게 바꾸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AI 산업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AI 데이터센터와 발전소를 결합한 새로운 설루션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전력 수요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재난이 될 것”이라며 “에너지는 또 하나의 큰 문제이자, 사회 전체의 큰 도전”이라고 역설했다.
미국 내 사업에 대해서는 ‘AI 컴퍼니(AI Co.)’를 통해 AI 설루션 공급사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며 경쟁력 있는 데이터센터 테크놀로지가 계속 필요한 만큼 자체 R&D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디애나주의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을 놓고는 “사이즈가 큰 것은 아니다”라며 “R&D 중심으로 돌아갈 상황이 훨씬 크다”라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위기와 관련해 최 회장은 “우리가 직면한 힘들은 더 이상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규정하는 구조적 현실이 됐다”라며 “거센 움직임의 시기에는 가장 강한 존재가 아니라 가장 잘 적응하는 존재가 살아남는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분열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이런 적응의 필요성을 보고 있다”며 “우리는 많은 이들이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부르는, 구조적 불확실성의 시대를 항해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대만의 무역 합의 동향에 대해서는 “판결문을 보고 나중에 한 번 말씀드릴 수 있는지 보겠다”라거나 “(대법원 판결 등) 이 얘기가 어디로 가는지를 다 보고 난 다음에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한미 간 무역·안보 협상에 대해서는 한국이 원팀으로 대응하는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